[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정창근·김혜숙 부부

▲ 김혜숙 씨.

추억의 비디오테이프를 꺼내어 가족사랑 얘길 들려줄 두 번째 주인공은 정창근(59)‧김혜숙(45) 씨 부부다. 신청은 아내인 김 씨가 했다.

“어머~~ 여기까지 오시라 해서 죄송해요. 가게를 비울 수가 없어서예. 그런데 우찌 이리 좋은 일을 하십니꺼? 이 비디오테이프는 결혼식 후 잠깐 보고는 한참을 못봤어예. 이젠 볼라 캐도 볼 수가 없고...”

김 씨는 사천바다케이블카와 삼천포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휴게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탁 트인 풍경에서 오는 상쾌함만큼이나 목소리와 표정이 밝았다.

두 사람이 결혼에 이른 건 2002년 7월 27일.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때였다. 그때만 해도 냉방시설이 부족했든지, 아니면 하필 냉방설비가 고장이라도 났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결혼식장이 무척 더웠단다. 특히 두꺼운 턱시도를 입은 남편은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지금 생각해도 결혼식 장면이 몇 개 떠오르지 않아예. 무척 더웠다는 것 밖에는. 하객들한테도 ‘왜 이리 더울 때 결혼하냐’고 말도 많이 들었지예.”

그렇다. 보통은 이맘때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다. 많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에 결혼식 하는 게 보통 아니던가. 하지만 이 부부에겐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감동이다.

“(남편을)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 ‘결혼은 이 사람이다’ 하는 생각이 확 들지 뭡니꺼. 마치 영상 자막으로 글자가 지나가는 것처럼 내 머리 속에도 똑 같은 현상이... 그때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죠. 그래서 만난 지 한 달 만에 날 잡고, 또 한 달 만에 결혼식을 올린 거라예.”

시쳇말로 ‘뿅 갔다’는 얘긴데, 결혼을 홀로 하는 게 아니니 남편인 정 씨도 아내에게 ‘뿅 갔다’고 짐작해도 무리는 아닐 터. 그런데 두 사람 나이 차이가 ‘열 넷’이다 보니 궁금증이 잇따른다.

“우리 나이 차가 좀 나지예? 그래도 남편이 워낙 동안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그렇게는 안 보더라고요.(웃음)”

김 씨에 따르면, 남편 정 씨는 결혼 전까지 오랫동안 공부했다. 이른 바 ‘고시’ 공부였다. 그러나 운명은 늘 아슬아슬하게 비켜갔다. 그러다보니 적절한 혼기를 놓쳤다. 뒤늦게 시작한 사업도 재미를 못 본 채 쫓기듯 고향으로 내려와 운명처럼 아내를 만났다. 지금은 부동산업에 종사하면서 사회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결혼 초기의 가난을 빼면 이들 부부에겐 큰 위기도 없었단다. 외동딸 영(17)이도 착하게 자라줬다. 이들 가족이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는 또 다른 비결은 바다수영이다. 10년 전부터 삼천포바다수영동호회에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게 행복하다.
바다수영에 푹 빠진 탓일까? 김 씨는 바다가 있는 삼천포가 너무너무 좋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일터를 최고로 꼽았다.

“예전엔 미용실을 운영했는데,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만난 게 이 가겝니더. 무엇보다 경치가 너무 좋아예. 오죽하면 손님들이 나더러 행운아라고 말한다니까예. 멋진 풍경에 감사하다며 거스름돈을 안 받는 손님도 있어예.”

벌이는 기대만큼 아니지만 전국에서 찾는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되레 자신이 전국을 여행 다니는 기분이란다. 사천바다케이블카 휴게소 2층 ‘토끼랑 거북이’에 가면 행복하고 유쾌하게 인생을 즐기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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