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한국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가수 정태춘과 박은옥이 데뷔 40주년을 맞아 전국 공연투어를 하고, 선배가수의 노래를 후배가수들이 부르는 유명 음악방송도 탔다. 서정적인 가사와 노래인 듯 아닌 듯 부드러운 음률의 가수에서 1980년대 후반을 거치면서 시대의 아픔, 서민의 희망을 노래하면서 대중문화예술계에서 저항의 아이콘이 되었다.

정태춘은 1990년대 중반에 음반 사전심의제도에 저항하면서 <아, 대한민국〉, 〈92년 장마, 종로에서〉 등의 노래가 수록된 음반을 미등록 음반으로 발행・배포하였고, 문화체육부의 고발로 인해 구속된 일이 있었다. 당시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은 판매 등의 목적으로 음반을 제작하려면 미리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고, 그 심의를 받지 않은 채 음반을 판매한 자에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위 형벌규정이 헌법이 정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이라면 위헌으로 무효인 법률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정태춘에 대한 형사재판을 담당하던 판사는 당시 변호인 천정배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이를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금지’를 규정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하여는 검열을 수단으로 한 제한만은 법률로써도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했다. 의사표현의 발표여부가 오직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 허가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와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이 있는 경우에 이는 헌법이 불허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독재정권시절, 사전검열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통과 이후에도 통치자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률도 아닌 지시, 지침의 행정적 처분으로 무수한 금지곡을 양산했던,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이 불렸던 금지곡이 있었던 과거의 어두운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건이다. 

표현의 자유는 한 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척도가 되는 기본권이다. 요즘 선거제개편, 공수처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과 관련한 일명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정당이 독재타도, 헌법수호를 외치고 있다. 개헌에 반대해왔으니 지금의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말은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여야4당의 행위가 좌파독재이고 헌법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거친 ‘정치적 수사’를 내세우며 국회법과 형법 등 실정법을 과감하게 위반하는 현실을 볼 때,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최고도의 민주주의 국가임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민주주의에 적대적인 사람에게도 민주주의는 자신의 몸을 기꺼이 허락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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