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담초.

며칠 전 개인적인 일로 사천읍내 어느 상가 옆 골목을 가게 되었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바로 옆에서 골담초를 만났다. 퍽 귀한 꽃은 아니지만 잊고 있었던 골담초를 뜻밖에 만나니 반가웠다. 잎겨드랑이에 핀 나비 모양의 노란색 꽃이 일제히 고개를 아래를 떨구고 있었다. 이 모습이 마치 날아오르기 전의 수많은 나비들이 일제히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 같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 나비들이 동시에 날아오른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이 현실로 변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노란 나비들의 모습이었다. 골담초는 집 주인이 정성을 다해 가꾸는 텃밭의 울타리에 심어져 있었다.

골담초는 뿌리가 골담(骨痰), 즉 뼈의 염증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하여 골담초(骨痰草)라고 했다가 최근에는 ‘뼈를 책임지는 풀’이라는 뜻의 골담초(骨擔草)로 바꿔 부르고 있다. 중부  이남 지방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콩과 식물의 키작은나무이다. 초(草)라고 이름 붙어져서 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엿한 나무이다. 다만 키가 작고 가지가 가늘고 잘 휘어지기 때문에 마치 풀처럼 보여서 골담초라 하지 않았나 싶다.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추위에도 강하다. 공해가 심한 도시나 바닷바람이 센 곳에서도 잘 자란다. 골담초는 금작화, 금계화, 선비화라는 또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골담초는 어떻게 이런 모습의 꽃이 피어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꽃이 색다르다. 처음에는 노란색이 주를 이루다가 점점 붉은색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울긋불긋한 꽃이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노란 꽃을 살짝 들추면 속에 가시를 가득 세우고 있다. 턱잎이 변하여 가시가 되었다. 꽃이 예쁘다고 무턱대고 잡지는 말아야 한다. 그 가시 외에도 골담초의 잔가지가 가시처럼 뾰족한게 이래저래 위협적이다. 9월이면 콩과 식물답게 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가득 달린다. 

골담초는 중국이 고향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꽤 오래되었다. 골담초에 얽힌 이야기나 기록이 몇 가지 있다. 경북 영주의 부석사의 조사당 추녀 밑에 심어져 있는 골담초는 의상대사가 쓰던 지팡이를 꽂은 것이 자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골담초의 또다른 이름인 선비화를 보고 적어둔 기록이 나온다. “지팡이에서 싹이 나서 자란 나무는 햇빛과 달빛을 받을 수 있으나 비와 이슬에는 젖지 않는다. 지붕 밑에서 자라고 있으나 지붕을 뚫지 아니한다. 키는 한 길 남짓하지만 천년 세월을 지나도 한결같다”라고.

골담초는 독이 없고 꽃이 아름다워 식용, 약용, 관상용으로 가치가 높다. 새순을 따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먹거나 꽃은 비빔밥, 화전으로 먹기도 한다. 뿌리는 봄부터 가을에 채취해 잔뿌리와 흑갈색의 겉껍질을 벗기고 날것 그대로 약용하거나 혹은 햇볕에 말려서 쓴다. 골담초에는 사포닌, 알칼로이드 등이 함유돼 있어 경락을 소통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옛사람들이 나무에 이름을 붙일 때 나무의 쓰임새를 익히 알고 그에 맞는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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