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여야4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1야당은 이와 정반대로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자한다. 그 주장의 전면에는 선진국에는 비례대표제가 없는 나라가 많다는 사실 아닌 주장을 펼치면서 비례대표제 덕분에 국회의원이 되어 원내대표가 된 의원이 있다.

비례대표제는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소수의 의사가 국회에 반영되기 위해서만 필요한 제도가 아니다. 다수대표제에 대비되는 개념인 비례대표제는 다수대표제의 약점, 즉 다수득표한 후보자만이 선출되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소선거구제에서 최다득표자 1인만이 당선되고 당선되지 못한 후보가 얻은 표는 모두 ‘죽은 표’가 되는 치명적 단점을 시정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다수대표제에 존재하는 사표의 존재는 국민의 의사가 심히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역별 지지정당의 편차가 심한 우리나라의 경우, 예컨대 전체 의석수가 10개인 특정지역에서 A정당 소속 의원이 전체 받은 득표가 60%에 불과함에도 9석을 차지하는 반면, 40%를 득표한 B정당은 겨우 1석을 얻은 일이 여태 발생해 왔다. 국회의원 1명을 당선시키는데 필요한 표의 수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고 그만큼 국민 1표의 가치가 동등하지 않은 것이어서 평등선거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그 외에도 다수대표제는 오직 다수득표자 1명만을 당선시키는 제도이므로 선거운동의 혼탁・과열을 초래하고,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로서 각 계층을 대변하는 역할에 반하여 지방적인 인물이 선출될 가능성도 높은 문제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제3의 정당이 존립하기에 불가능한 구조며, 제1당과 제2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번갈아 차지해 가며 오직 현 집권당의 실패만이 다음 권력획득을 위한 최선이자 손쉬운 방법이 되는 것이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보다는 지금처럼 무분별한 반대와 소모적인 정쟁으로만 정치가 변질되기 쉽다.

헌법은 제8조에서 정당을 규정하면서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는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명시하고 있고, 제7장에서 선거관리에 대한 규정을 두면서 헌법상 기구로서의 선거관리위원회, 선거운동의 균등한 기회, 선거공영제 등을 정하고 있다. 정당제도와 선거제도는 민주공화국을 유지하고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는 매우 주요한 제도적 장치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이고 구체적으로는 정당을 통해 실현되는 정당 민주주의다. 민의가 국정에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민의를 수렴하는 다양한 정당의 존속이 보장되어야 하고 표심으로 발휘되는 민의 하나하나가 의회구성에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민주주의 없이 복지국가는 없다. 선거제도의 개혁이 민주주의의 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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