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시나무

자동차의 소음을 막아주고, 길가의 삭막함을 줄여주어 도시인들이나 운전자들에게 잠시나마 자연을 느끼게 해주는 가로수가 있다. 가로수로 심는 나무에는 은행나무, 이팝나무, 먼나무, 벚나무, 플라타너스(버즘나무), 메타세쿼이어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럼 우리 동네에는 어떤 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있을까? 가시나무가 대표적이다. 10월, 가을인데도 한여름인 냥 싱싱한 푸른잎을 달고 있는 나무아래에서 할머니들이 무엇인가를 줍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궁금해서 다가가면 도토리를 줍고 계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토리가 열리는 상수리나무나 굴참나무가 아닌데도 도토리가 열린다.
 
한 겨울인 지금도 사천읍내 이곳 저곳을 가다보면 늘푸른잎을 달고 있는 가시나무를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웬 가시나무를 심었을까 하지만 사실은 이름만 가시나무일 뿐 나무 어디에도 가시는 찾을 수 없다. 보통 ‘가시나무’라 할 때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나무를 포괄적으로 부르거나, 호랑가시나무처럼 잎에 가시가 있어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가시가 있었다면 가로수로 심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시도 없으면서 가시나무라? 그 이유가 궁금하다.

가시나무란 이름의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즐겨 읽는 박상진 교수의  책 ‘우리나무의 세계’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정조 18년(1794년)에 호남 위유사 서용보가 올린 글 중에 “길고 곧은 나무는 반드시 쓸 만한 재목이고 가서목(歌舒木)은 더욱이 단단하고 질긴 재목으로서 군기(軍器)의 중요한 수요인데 유독 이 섬(완도)에서만 생산됩니다. 단단한 나무는 자라는 것이 매우 느려서 한번 잘라버리고 나면 금세 쑥쑥 자라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더욱 애석하게 여기고 기르기에 겨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목민심서>에는 가사목(加斜木) 심기를 권장한 대목이 있고, <물명고>에는 가서목을 ‘가셔목’으로 부른다고 했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도토리를 ‘가시’라 하며 나무는 가시목이라고 한다. 결국 가서목이 가서나무로, 다시 가시나무로 변화되어 현재 가시나무로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들이 허리 굽혀 줍던 가시나무의 열매는 뾰족한 원뿔모양으로 크기가 작고 날씬한 게 흡사 도토리와 같다. 묵으로 즐겨먹으니 도토리라 불러도 무방하다. 특히 가시나무 도토리를 감싸고 있는 깍정이가 눈에 띈다. 도토리의 절반을 감싸고 있는 반구형의 깍정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느다란 가락지 6~7개를 포개놓은 듯 동심원이 둘러져 있는 게 앙증맞다. 이런 가시나무의 종류에는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개사시나무를 비롯해 일본에서 들여와 주로 정원수로 심는 졸가시나무 등이 있다. 가시나무의 목재는 단단하고 균일하여 병기나, 다듬이나무 방망이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가로수로 심겨지는 나무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기후와 풍토에 알맞은 수종이어야 하고, 짙은 녹음을 만들어 주는 잎이 큰 나무여야 한다. 또한 도시의 햇볕, 건조, 열, 대기오염에 강해야 하며, 가지치기를 자주 해도 잘 견디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시나무가 가로수로 뽑힌 이유는 한겨울에도 푸른잎을 달고 있어 도시의 삭막함을 줄여주고,  공해에 강하며 그늘에서도, 건조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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