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삼조 시인

사천문화원에서 주최하는 영·호남 사투리 말하기대회가 곧 열린다는 플래카드를 보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대회의 목적이 “지역문화유산으로서의 사투리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하는 뜻깊고 귀중한 자리를 만들고, 사라져가는 사투리를 보존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향토사랑 및 전통 계승의 의미를 부여하며, 이번 대회를 통해 영·호남 간 이해와 화합 상생의 길을 열어가는 초석이 되고자 함”에 있다고 한다. 원고 내용을 ‘지역의 역사와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내 고장을 자랑하는 내용, 청소년 범죄예방에 대한 내용, 환경보전 및 자연보호에 대한 내용, 지역사투리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내용’으로 한다는 안내도 있었다. 참으로 뜻깊은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은 그 사람됨을 나타낸다 한다.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인데, 착한 사람은 남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지고 힘을 내게 하는 말을 주로 하고, 나쁜 사람은 남을 위협해야 하기에 남을 기분 나쁘게 하고 힘을 죽이게 하는 말을 주로 하는 것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나쁜 사람이 남의 기분을 맞추는 말을 잘 한다면 그 사람은 사기꾼이거나 사기꾼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하리라. 그러니 말은 가려서 해야 하고 이 말을 올바르게 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서 사람은 끊임없이 수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말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 지역의 말은 또 어떤가. 사람은 부모나 가족에게서 말을 배우고 자라면서 그 이웃과 지역 사람들에게서 말을 습득(習得)한다. 이것이 그 지역말이고 사람은 이 말에 맞는 그 고장 사람의 특징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익힌 이 말은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 가 살더라도 어지간한 노력이 아니고서는 결코 버릴 수 없다. 그 지역에 살면서 그 지역말을 싫어한다는 사람은 말을 팽개친 것이 아니라 자기 고향과 자기 자신을 함께 버린 사람이리라.

이 서울지역말을 제외한 각 지역말이 한때 천시(賤視)되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것이 중앙집권적이어야 했고 온 국민의 마음을 한데 뭉치게 해야 한다는 정치적 목적이 당연시되던 무렵이었으며, 이에 따라 사투리를 버리고 서울지역말인 표준말만 써야 한다는 논리로 각 지역말을 희화화(戲畫化)하고 몹쓸 말로 만들어버리던 관행이 있었던 시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방자치를 지나 지역분권을 논의하는 시대이다. 가장 중요한 말은 그 지역의 말이다. 그에 따라 지금에 와서는 사투리란 말도 적절한 용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표준말 아니면 사투리란 이분법적 논리 때문이고 그와 함께 지방 말이란 용어도 서울말에 대비되는 말이기에 적절치 않다. 가장 적절한 말은 지역말이라는 말이지 싶다. 서울지역말, 영남지역말 나아가 호남지역말이 공평하지 않은가.

각 지역말을 서로 존중하고, 우리와 각 지역말을 함께 드높이자는 문화원의 이번 행사는 그 뜻이 자못 높고 크다. 이 행사의 성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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