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호 사천시 향촌동

마당이 사라지면서 골목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아파트 아이들은 골목에서 마당을 만끽한다. 얼굴보기 어려운 이웃들도 골목에서 자주 마주친다. 생활의 발이 되고 있는 자동차도 내 집 마당처럼 골목에 주차해 두었고 저녁에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주부들도 그 골목까지는 나와야 한다. 이래저래 골목은 우리네 마당이고 세상으로 드나드는 삶의 길목이다.

그런 골목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더러워지고 위험해지고 있다. 그래서 걱정스럽다. 현실적으로 공동의 공간인 골목은 이미 사유지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완전한 소유지가 아닌 탓인지 개인주의가 만연해지고 있다. 모든 생활이 골목을 통해서 이루어짐에도 결국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안일한 행동들이 골목을 부패시키고 있다.

우선, 골목이 좁아지고 있다. 그래서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차량들 때문이다. 이미 우리 골목은 주차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차량들로 넘쳐난다. 주차시설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예절이 부족하다.

그렇잖아도 좁은 골목인데 양쪽으로 주차해 두면 어쩌란 말인가. 혹여 비상상황이라도 발생해 소방차가 진입한다면 사면초가다. 골목 모퉁이에 버젓이 주차해 두는 배짱은 심각성의 극치다. 나날이 증가하는 골목 통행 차량들로 인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닌데 거기에 모퉁이까지 잠식해 버리면 회전반경은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좌우 시야 또한 어쩌란 말인가. 골목 안에서는 아이들이라도 튀어나올까 노심초사다.

골목이 더러워지고 있다. 쓰레기와 재활용품 때문이다. 우선 골목 구석구석 버려진 쓰레기들이 너무 많다. 잡초까지 뒤섞여 볼썽사납다. 게다가 규격 봉투를 쓰지 않아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된 쓰레기들로 인해 오염은 심해진다. 더 심각한 것은 재활용품을 수거해 가는 분들의 태도다. 야무지게 싸서 버려 놓으면 다 헤쳐 필요한 것만 골라 가고는 왜 정리하지 않고 가시는가? 순식간에 골목은 난장판이 된다. 바람이라도 불면 최악이다. 길거리 짐승들까지 가세하니 이래저래 오물장이다.

골목을 살려야 한다. 골목을 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이 먼저 나서야 한다. 내 집 마당처럼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골목이 제 구실을 한다. 주차예절부터 지키자. 가급적 골목 한쪽 면에만 주차하고 모퉁이에는 절대 주차하지 말자. 쓰레기는 지정봉투와 규정에 맞게 버리자. 재활용품은 최대한 선별하고 이를 활용하는 분들은 주변 정리정돈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자.
 
무엇보다 주민들이 나서서 골목길을 청소하자. 특히 쓰레기 집하 장소주변은 수거일에 반드시 청소하자. 제재와 감시보다는 참여와 관심이 중요하다. 내 마당처럼 골목을 아끼고 청소하는 일은 그 골목에 기대고 사는 우리 모두의 일상을 건강하게 가꾸는 일이다. 골목이 건강해야 동네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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