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 30×25. 2018.

눈물이 났다. 열 네 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녀잖아. 문제아로 낙인 찍혀 무리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소녀는 내 눈을 피하고 나 또한 그 소녀가 조심스러웠다. 자유학기제 서예시간,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었고 조용히 글씨 쓰며 몰입해 주기를 원했다. 공감하는 감정 선을 건드려 보려고 노래를 신청 받으니 온통 방탄소년단. 조심스러운 그 소녀에게 살짝 다가가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느냐 하니 핸드폰을 슬며시 펼쳐 보여준다. 아......시 같은 음악이라 사실 놀랐고 소녀의 속마음과도 같은 노래가사였다. 참 외로워 보였고 힘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신청 받았고 교실 안은 방탄소년단의 노래로 가득했다. 쉬는 시간, 그 소녀가 다가온다. 그러고는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며 “선생님도 이 노래 한번 들어 보실래요?” 냉큼 관심을 보이며 듣길 원한다는 눈빛을 강하게 주었더니, 내 책상 옆으로 바짝 다가 와 바닥에 주저앉으며 노래를 들려준다.
 
내 고통을 끝내 줄래? 내 인생을 가져가 줄래? 날 피 흘리게 해줄래? 날 걸어 말려 줄래? 비가 내리는 밤 열두시에 내 마음을 훔쳐가 줄래? 내가 무너져 갈 동안 내가 가는 동안.......미쳤지. 내 뼈를 부숴 줄 수 있니? 내 피부를 찢어 줄 수 있니? 내 욕망이 느껴지니. 내 죄가 느껴지니. 봐 난 인생의 낭비 그 자체야, 그냥 죽을까 봐. 그래 난 손목을 그을 수 있어. 하지만 소용없겠지. 내 문제들을 고칠 순 없을 거야. 아니면 네 마음을 돌리지도. 왜냐면 난 네 마음에 상처를 줬으니까 그리고 넌 내 마음을 묻어 버렸지. 이제 난 6피트 아래에 묻혀 있고 숨을 쉴 수가 없어. 눈엔 흙이 들어갔고 소매엔 피가 묻었지 ...........

넌 이런 노래가 좋으니? 노래가 너무 아프잖아. 네 마음이랑 비슷하다고? 그렇다면 선생님은 너무 슬퍼. 넌 아무 잘못도 없잖아. 넌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 된 열네 살 소녀야. 스물이 넘어서 이런 슬픔이 온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어. 그래도 어른이야. 근데 지금 열네 살이 이런 노래가 공감이 된다면 이건 분명 어른들의 잘못이야. 넌 아무 잘못이 없어.

힘이 풀리는 그 눈빛이 내 눈빛과 교차했다. 가르치는 아이의 핸드폰번호를 마음으로 딴 것이 이 소녀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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