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곧기는 뉘가 시켰으며/속은 어이 비었는가/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익히 들어 익숙한 윤선도의 <오우가> 중 대나무에 관한 노래다.

언제나 변함없이 푸른 잎을 달고, 줄기는 곧고 바르게 자라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이지만 풀인지 나무인지의 논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줄기 속이 비어 있어 나이테를 만들지 않고 부피가 커지지 않는 것은 풀의 성질이고, 줄기가 단단하고 겨울에도 말라죽지 않는 것은 나무의 성질이다. 결론이 어떠하든 찬바람에 단풍 떨어져 스산한 날에도 푸른 잎 매달고 위용을 자랑하는 대나무가 있어 든든하다.

식물학 문헌에는 1,000여종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크게 왕대, 해장죽, 조릿대 3속 15종의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나무 하면 보통 왕대를 말한다. ‘왕죽’이라고도 하는 왕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는 키 큰 대나무이다. 20미터까지 자리니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아야 그 끝을 볼 수 있고, 사계절 푸른 잎을 가지 끝에 5~6장씩 달고 있다. 왕대 보다는 키가 작은 해장죽은 가지가 마디에서 3개 이상 나오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충남 이남에서 주로 자라고 있다. 조릿대는 쌀을 이는 기구인 ‘조리’를 만드는 데 쓰는 대라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주로 산에서 자란다 하여 ‘산죽’이라고도 하는데 키가 1미터 남짓하다. 그 외에도 까마귀처럼 줄기가 검은 대나무인 ‘오죽(烏竹)’이 있다. 오죽은 다른 대나무도 그렇듯 60년 만에 꽃이 피고 죽는 대나무로도 알려져 있고, 강릉 율곡 이이(李珥) 생가에 이 오죽이 많아 그곳을 오죽헌이라고 한다.

중국 송나라 문장가 소동파는 “고기 없는 식사는 할 수 있어도 대나무 없는 생활은 할 수 없다.”라고 했다. 동의한다. 정말 대나무는 우리 생활에 있어 많은 의식주를 책임져주고 있다. 특히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빨리 자라는 죽순은 좋은 먹거리이다. 잘게 쪼갠 대나무 줄기를 엮어 옷을 만들고, 싸리 대신 대나무를 엮어 사립문을 만든다. 대나무의 요긴함의 최고봉은 뭐니 해도 죽세공품이다.

대나무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해왔기 때문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신라 신문왕과 관련된 ‘만파식적’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동해 어느 작은 섬에 자라는 대나무를 잘라 피리를 만들어 불었더니 쳐들어왔던 적군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가뭄이 사라지고 폭풍우가 잠잠해지는 등 만 가지 파란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삼국유사>에는 ‘미추왕과 죽엽군(竹葉軍)’, ‘죽죽(竹竹)장군 이야기’ 등 대나무와 관련된 설화가 기록되어 있다. 이것으로 보아 대나무는 삼국시대 이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짐작된다.

▲ 박남희 (숲해설가 /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최근 산림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나무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산가스를 다른 나무보다 훨씬 더 많이 흡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소나무나 잣나무에 비해 거의 4배나 흡수량이 더 많다는 연구 결과였다. 대나무 뿐이겠는가. 우리 산과 숲에서 자라는 모든 나무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한 몫 한다. 우리가 산과 숲에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하는 이유와 도시숲, 마을숲, 학교숲 등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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