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나무

“그 당당하던/푸르름은 어디에 가고/무안을 당했느냐/꾸중을 들었느냐/얼굴이 빨개져서 보기 좋구나/빨개져도 놓지 마라/손까지 놓으면/땅에 떨어지고/땅에 떨어져 뒹굴면/낙엽 되느니” 박태강 시인의 ‘단풍’이라는 시다. 엽록소 가득했던 나뭇잎이 어느새 붉거나 노랗게 ‘단풍(丹楓)’이 들어 한창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각색의 물든 단풍 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그 이름도 단풍인 ‘단풍나무’이다.

단풍나무를 모르는 이는 없다. 단풍나무를 좋아하지 않는 이도 본적 없다. 아기 손바닥처럼 갈라지는 잎새를 가진 단풍나무는 낙엽성 교목이다. 잎에 가려 꽃이 핀 줄도 모르고 지나가지만 5월이면 부채살처럼 갈라지는 자루 끝에 자잘한 꽃을 피운다. 물론 꽃보다 훨씬 유명한 것이 단풍나무의 열매이다. 두 장의 날개를 일정한 각도를 이루며 마주 달고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빙글빙글 돌며 멀리 날아가는 단풍나무 열매. 모양이 서로 다르고 달린 각도가 차이 나지만 이 프로펠러가 달린 나무는 모두 단풍나무 한 집안이다.
 
전 세계 단풍나무 종류에는 약 150여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수입 단풍나무까지 포함 20여 종이 있다. 관악산, 설악산 등 윗지방에서 보는 단풍나무는 거의 ‘당단풍’이며, 보통 단풍나무라 부르는 것은 제주도를 비롯한 주로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자란다. 봄이면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고로쇠물은 단풍나무의 한 종류인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한 것이다.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신나무’, 잎자루 하나에 세 개의 작은 잎이 달리는 ‘복자기’, 중국의 양자강 일대가 고향인 ‘중국단풍’, 캐나다 국기에 붉게 그려져 있는 ‘설탕단풍’ 등이 대표적인 단풍나무이다.

고로쇠나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삼국 시대에 백제와 신라의 병사들이 섬진강을 옆에 끼고 중간에 있는 백운산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한 신라 병사가 목이 말라 샘을 찾았지만 눈에 보이질 않던 차에 마침 화살이 꽂힌 나무에서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물을 마시고 힘을 얻어 백제군을 물리치고 승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병사가 마신 나무가 바로 고로쇠나무라고 한다.

▲ 박남희 (숲해설가 /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단풍나무는 단풍도 아름답고 열매도 특이하지만, 재질이 좋아 목재로도 쓰임새가 많다. 테니스 라켓이나 볼링핀 등 각종 운동기구, 체육관 바닥재, 피아노 부품 등에 두루 쓰인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벌채하여 쓸 만큼의 자원이 없으므로 대부분 수입 단풍나무를 쓰고 있다.

숲에서 아이들과 놀 때 꼭 해보는 놀이가 있다. 붉게 물든 단풍잎을 하얀 천 위에 놓고 두드려 물들이는 놀이와 단풍 열매를 따다가 반으로 쪼개어 하늘 높이 날려 보내는 놀이이다. 단풍잎을 신나게 두드리며 물을 들이고, 하늘을 훌쩍 뛰어 열매를 날리며 아이들도 숲에서 가을을 즐긴다. “오메 단풍 들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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