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童詩)는 권오삼 시인이 간략히 정리한 대로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어린이다운 감성과 생각, 심리를 바탕으로 쓴 시’이다. 어린이가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슨 잔꾀를 부릴 리도 없고 터무니없는 욕심을 내어 남을 해롭게 할 까닭이 없다. 그러니 동시의 세계는 맑고 깨끗한 심성과 꾸밈없는 생각과 심리를 드러낸다. 어린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되었으면서 그 말이 의외로 상황의 정곡(正鵠)을 찌를 수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일 것이다. 

이 동시 중에서도 주옥같은 작품들은 거의 동요로 불렸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시의 대부분은 아마 우리가 어릴 적에 학교에서 배웠던 동요의 가사일 것 같다. ‘반달’ ‘고향의 봄’ ‘오빠 생각’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같은 곡조로 불리는 동시 작품이 셋 있다. 세 동요의 가사가 된 동시의 정서가 묘하게 닮아 있는 것도 이채롭다. 옛 생각과 함께 그 동시들을 음미하면서 마음속으로 노래라도 흥얼거려 본다면 우리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볼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작곡자는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으로 시작하는 ‘동무 생각’을 쓴 박태준 선생이다. 대구 계성학교 후배인 윤복진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 우리나라 동시의 초창기 작품인 ‘기럭이’로 탄생하였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길을 잃은 기러기 날아 갑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로/ 엄마 엄마 찾으며 흘러갑니다.//오동잎이 우수수 지는 달밤에/ 아들 찾는 기러기 울며 갑니다./ 엄마엄마 울고간 잠든 하늘로/ 기럭기럭 부르며 울고 갑니다.

1920년대 나라 잃은 우리 민족의 비극과 아픈 마음을 절절하게 드러낸 시이며 그 시의 느낌을 절묘하게 살려낸 노래다. 그런데 1950년대 이후 이 노래는 불려질 수 없게 되었다. 작시를 한 윤 시인이 월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태준 선생의 곡에 이미 오래 전에 썼던 이태선 시인의 동시가 불렸다고 한다. ‘가을 밤’이란 동시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 질 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가을밤 고요한 밤 잠 안 오는 밤/ 기러기 울음 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1930년에 ‘고향의 봄’을 써서 유명한 이원수 시인이 ‘찔레꽃’이라는 동시를 썼다. 역시 일제강점기 때의 우리 민족의 고난이 묻어나는 시였는데 가수 이연실 씨가 가사를 고쳐 위 박태준 선생의 곡에 붙여 노래로 불러 유명해 졌다. 전반부씩만 소개한다. 앞의 것이 이원수 시인의 원 시이고 다음 것이 개사한 것이다.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 언니 일 가는 광산 길에/ 피었다오/ 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 배 고픈 날 따 먹는/ 꽃이라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 정삼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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