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갈나무.

정작 식물도감에서는 찾을 수 없는데도 사람들에게 친근한 나무가 있다. ‘참나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요즘 산이나 공원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도토리가 달려 일명 ‘도토리나무’라고도 불리는 참나무. 사실 참나무는 어느 한 종(種)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를 집합적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밤나무와 상록수인 가시나무 종류도 참나무와 같은 집안이지만, 참나무 하면 보통 여섯 종류를 말한다.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이다.   

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산의 대표수종인 참나무는 좋은 먹거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집을 짓는 재료로도 제격이다. 건축재로서 해인사 대장경판전의 기둥, 선박재로서의 완도 어두리 화물 운반선의 외판(外板), 관재로서는 의창 다호리 가야고분 및 낙랑고분 관재의 일부가 모두 참나무다. 그래서 ‘진목(眞木)’이며 진짜 나무란 뜻의 ‘참’나무가 되었다.   

참나무 여섯 종류는 어떻게 구분할까? 자라는 터가 조금씩 달라 위치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잎과 열매 깍정이 모양의 차이로 구분한다. 신갈나무는 산중턱 이상의 높은 곳에서 잘 자라며 잎자루가 거의 없고 열매 깍정이 표면이 울퉁불퉁한 게 특징이다. 잎이 넓어 짚신을 신던 시절에 짚신 바닥에 이 잎을 깔았다고 하여 ‘신을 간다’는 의미로 신갈나무가 되었다. 상수리나무는 그리 높지 않은 야산이나 동네 뒷산에서 잘 자라는데, 열매를 특별히 ‘상수리’라 부를 만큼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 간 선조가 수라상에 오른 묵을 먹고 좋아했다고 한다. 수라상에 올린다는 뜻으로 ‘상수라’라고 했다가 ‘상수리’가 되었다.

떡갈나무는 참나무 중에서 잎이 가장 크고 두껍다. 잎에 털이 촘촘하게 있어 손으로 만져보면 융단을 깔아 놓은 느낌이다. 바람에 수분이 과하게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고 보온을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옛 조상들은 떡갈나무 잎에 떡을 싸서 쪄먹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떡갈이나무’에서 떡갈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는 떡갈나무 잎에 떡을 쪄먹는 일은 잘 없지만, 일본 사람들은 아직 단옷날 떡갈나무 잎으로 싼 떡을 먹는 풍속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 때 떡갈나무 잎이 일본 수출품목 중 하나였다.

굴참나무는 나무껍질이 유난히 도드라지는 특징이 있다. 코르크가 발달하여 껍질은 세로로 골이 깊게 패 있고, 손으로 눌러보면 푹신푹신할 정도로 탄력성이 좋다. 우리가 아는 굴피집이 이 보온성과 방수성이 좋은 굴참나무의 껍질로 지어졌다.

갈참나무는 가을 늦게까지 단풍 든 잎을 달고 있어서 ‘가을참나무’라 불리다가 ‘갈참나무’로 바뀌었다. 물든 황갈색의 커다란 잎을 보고 가을을 느낀 시인 김소월은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고 노래했다. 시의 갈잎이 갈참나무이다.

졸참나무는 참나무 여섯 종류 중에서 잎과 열매가 가장 작아서 장기판 졸(卒)같다 하여 졸참나무이다. 참나무에 열리는 도토리는 종류에 상관없이 묵을 만들어 먹지만, 졸참나무 도토리로 만든 묵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길가에 떨어진 도토리만 보아도 가을 냄새가 난다. 나무 열매의 대표 선수격인 도토리를 아이들도 좋아한다. 아이들과는 도토리팽이 만들기나 나뭇가지로 도토리 옮기기 놀이를 하면서 논다.

▲ 박남희(숲해설가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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