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라라랜드’ 중에서. 30×45. 2018.

“중요한 사람은 어디서 만날지 몰라. 내게 날개를 달아 줄 그 사람.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그 사람. 사람들 틈의 그 사람.”
–영화 ‘라라랜드’ 중에서-

세상 참 쉬운 줄만 알고 엄청 놀았던 시절이 있었지. 남들이 정해 놓은 규칙 따윈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잖아. 하고 싶은 것들은 무조건 하고 보는 거야. 놀아야 보였던 것이 있었어. 잘 놀았더니 경험하게 된 경이로운 인연들. 난 누구보다 열심히 꿈을 꾸고 있었지. 조금은 미쳐도 좋아. 그냥 그 열정덩어리였어, 나는.

이런 나에게 서예 강연을 해 달래. 아냐 서예는 너무 무거워. 글씨 강연은 할 수 있어. 그렇지만 그냥 글씨만은 너무 따분해. 글씨 콘서트를 보여 줄 거야. 근데 말이야. 그 강연을 들을 청중이 과학 선생님들이시래. 그들이 나의 글씨감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 밤 새워 고민해서 글씨 콘서트를 준비했지. 이젠 무대에서 만들어 낼 나의 글씨 콘서트를 리허설 중이야. 기타 치며 공연 다닌 게 공으로 보낸 세월이 아니었어. 글씨 콘서트를 준비 하는 게 어찌 기타공연 준비하던 거랑 이리도 똑같을까. 내 글씨에 음악이 입혀지니 눈물이 막 흐르는 거 있지. 나는 기타가 아닌 붓으로 공연할거야. 글씨 퍼포먼스. 기괴하게 살지 말자. 조신하게 여자답게 예쁘게만 살자 했어. 넘치는 끼를 겨우겨우 눌러 놨었는데...... 이젠 그것을 지킬 수가 없게 되었어. 내 첫 강연장이잖아.

비틀즈의 렛잇비(Let it be)가 가야금으로 연주 되고 있어. 나는 풀 먹인 우리 옷을 입고 당당하게 등장 할 거야. 그리곤 ‘순원의 글씨 콘서트’라는 여덟 글자를 아주 크게 일필휘지(一筆揮之) 써서 무대에 붙일 거야. 마이크를 잡고 난 우리 한글서예의 아름다움을 한없이 자랑해야지. 그러면서 섬 집 아기 음악이 흐르면 난 그 가사를 쓰게 돼. 간주가 끝날 무렵 붓을 조용히 놓고 대신 마이크를 잡은 김에 2절 한곡은 뽑아야 하잖아. 아마 청중들이 함께 불러 줄 거라 믿어. 난 사십대 남선생님들을 또 겨냥했어. 김광석을 소환 한번 시켜줘야 감성서예지. 서른 즈음에 기타 인트로는 심장을 심하게 울려 버려. 우유를 뿌려 주면서 글씨를 뿌연 담배연기처럼 보여 줄 거야. 한글 서예가 우리의 생활에 얼마나 친근한지를 침이 튀도록 설명하고 싶어. 한 작가가 삼십년 공부를 해서 얻은 산고의 고통이 비로소 이렇게 태어난다고 보여 줄 거야. 파워포인트를 열심히 배워 뒀어. 리모컨으로 파노라마 눌러 주니 작품들이 세월을 말해 주던걸. 끝이 날 무렵, 박기영의 시작이라는 노래가 흐르면서 기분을 끌어올려 줄 거야. 기분 내키면 어떤 작품이 여기서 다시 태어나 그들의 손으로 건너가 버릴지 몰라. 하하하. 하하하.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질수 있는 글씨콘서트이기를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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