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중국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하자,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던 재활용 업체에서 수거를 거부하고 나섰다. 당장 쌓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수거를 재개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아 점차 그 심각성이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 인류가 처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단 하루라도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기로 하고 아침에 일어났지만, 단 1초 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습관처럼 찾은 리모컨과 슬리퍼, 칫솔, 면도기 등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플라스틱이었다. 보통 플라스틱이라 부르는 것들은 그 종류가 몇 백만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우선 값이 싸고, 원하는 형태로 제조하기가 쉽기 때문에 그 용도에 따라 비행기에도 들어가고 총을 만드는 데에도 쓰인다고 한다. 과거의 시대를 구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시대라 부르는 것처럼, 현재 우리는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쓰레기가 환경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썩지 않기 때문에 해결 방법이 없다. 우리 생활에서 쓰고 있는 비닐봉지와 페트병을 비롯한 각종 용기들은 적어도 몇 백 년 동안 남는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6월호에 실린 기사를 인용해보면 19세기 후반에 발명된 플라스틱은 1950년 무렵에 생산이 증가하였으므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한 것은 70년 정도인데, 생산된 83억 톤 중에 63억 톤 이상이 쓰레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중 57억 톤은 한 번도 재활용되지 않았다고 하니, 이대로 두었다간 지구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덮이게 될 것은 뻔하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페트병을 비롯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로 흘러들어가 조류를 타고 떠돌다가 쓰레기 더미를 만드는데 대표적인 것이 일본과 하와이 섬 사이에 있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다. 태평양을 떠다니고 있는 이 거대한 쓰레기 더미는 한반도의 6배가 넘는 크기를 가지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는 10년 마다 10배씩 증가하여 오늘날 거대한 섬처럼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색을 가지고 있어 해양생물들이 먹이로 잘못 알고 먹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물리적인 충돌에 의해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기는 해도 썩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잘게 잘려진 플라스틱을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체내에 쌓이게 된다. 플라스틱 쓰레기 섬 주변에서 집힌 어류의 뱃속을 조사해 보니 35%의 물고기의 뱃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바다에 띄워져 있는 스티로폼 부표에서도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우리나라 앞바다의 오염도 극히 심하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미세 플라스틱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우선은 플라스틱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일이다. 우리가 비닐봉투라 부르는 봉지와 페트병의 사용을 줄이는 일이다. 그 다음엔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일도, 재활용에 드는 비용이 원래 재료보다 비싼 현 상황에서 얼마나 현실적인 방안일까를 생각해 보면 답답한 노릇이다. 부디 모든 사람들이 심각성을 깨닫고 사용을 줄이는 일부터 하는 것이 최선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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