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일가의 수백 억 원대 업무상 횡령에 관한 뉴스를 종종 보게 된다. 사장이 자기 회사 돈을 쓰는 게 무슨 범죄가 되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회사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는 모두 법인이다. 그 형태가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으로 나눠질 뿐이다. 법인은 자연인과는 별개의 권리의무의 주체다. 한편, 어떤 경우에는 횡령이 아닌 배임죄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들 범죄는 타인의 신임관계를 배반한 재산범죄인 점에서는 동일하다. 재물이나 사무를 믿고 맡겼는데 배신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 성립한다.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제한한 자금을 받아 보관하던 자가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횡령죄가 된다.  

업무상 횡령죄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횡령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다. 재벌 일가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건설회사 경리가 회사 돈을 가지고 잠적한 경우, 은행직원이 고객이 맡긴 예금으로 주식투자한 경우(그 예금은 은행의 소유이고, 고객은 단지 예금채권을 가지고 있을 뿐이어서 고객에 대한 횡령죄가 아니라 은행에 대한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함), 사립학교의 예산집행 직원이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교비회계에 속하는 국가보조금을 전용하여 학교법인의 자산취득비용으로 사용한 경우, 버스운전사가 승객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차비를 회사에 납입하지 아니한 경우 등. 

횡령은 타인 소유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업무상 횡령은 그 보관・위탁관계가 업무로 되어 있는 자가 소유자의 권리를 영구히 배제하고서 소유권자와 유사한 지배를 행사하는 행위(이를 불법영득행위라 한다)를 규율한다. 

한편, 점유이탈물횡령죄는 보관자의 신분, 신임관계 등을 요건으로 하는 위 횡령죄와는 성질을 달리한다.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물건을 불법으로 영득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길을 가다다 타인이 잃어버린 물건을 취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버스운전사가 승객이 놓고 내린 물건을 취득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반면에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손해를 가한 경우, 업무상 배임죄는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이러한 행위를 한 경우, 배임수재죄는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한 경우에 각 성립하는 범죄다. 재벌일가가 변칙증여의 일환으로 자주 하는 소위 ‘일감 몰아주기’가 전형적인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 지원기업의 손해를 통해 수혜기업이 이익을 보는 구조다. 

한편, 2008년 KBS와 국세청간의 1800억원대 세금관련 행정소송 중에 조정이 성립되었는데, 이것이 KBS에게 손해를 가한 행위라면서 정연주 사장을 업무상배임죄로 기소한 사건은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인이 그 소송에서 KBS가 최종적으로 승소할 것이라는데 대한 인식이 없었고 조정에 응할지 여부에 대해 여러 곳에 자문까지 거쳤으며, 조정이란 양측의 상호 양보가 전제되는 점 등에 비추어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 무죄의 이유다. 

1심, 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이를 확정했다. 애초부터 정치검사에 의한 무리한 기소였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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