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삼국지. 관도대전에서 승리하여 북방지역을 평정한 조조는 유비와 손권을 압박한다. 일찍이 ‘천하삼분지계’라는 밑그림을 그렸던 제갈량과 노숙의 노력으로 유비와 손권은 군사동맹을 맺고 적벽에서 조조군을 크게 물리친다.

약한 자들이 강한 자에 대항하여 동맹을 결성하거나 연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자 약자의 당연한 권리다. 오늘날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강자가 이를 야합이라며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소선거구에서 최다 득표한 1인만을 선출하는 제도하에서 연대는 약자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 선거제도에서 1표의 가치는 동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구별 인구편차를 줄이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A지역구의 인구가 30만 명이고 B지역구의 인구는 10만 명이라면, B지역 1인의 투표가치가 A지역 1인보다 3배 더 큰 셈이 된다. 심지어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의 득표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자의 득표수가 더 많은 경우도 발생한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인구편차를 종전의 3:1에서 2:1로 축소하라는 취지로 종전의 해당 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1인을 선출하는데 필요한 최소 인구는 13만8984명, 최대 인구는 27만7966이 되었고(2:1), 지난 총선에 우리 사천 지역구가 인근의 남해, 하동과 통합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1표 등가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역별 인구편차의 해소와 함께 소선거구제의 탈피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필요하다. 소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 1인만을 선출하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1표 등가성 원칙을 중대하게 훼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시도의 전체 10개 지역구에서 1번 후보가 얻은 총 득표율이 50%이고 2번 후보가 얻은 총 득표율이 40%이지만, 1번 당 후보가 8개 지역구에서 당선된 반면, 2번 당 후보는 2개의 지역구에서 당선된다. 국회의원 1명을 당선시키는데 필요한 표 수가 다르고, 1표의 가치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선거구제는 특히 영호남 지역주의와 결합하여 그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 지역구의원 정족수를 줄이고 비례대표의원 정족수를 대폭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정당민주주의이고 국민의 의사는 지지정당을 통해서 발현된다. 따라서 정당지지도와 의석수를 일치시키는 제도가 필요하다. 국민 10%의 지지를 얻은 정당이라면 응당 그 지지율에 비례하는 의석수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 10%의 표 역시 다른 표와 동등한 가치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비・손권 연합군이 적벽에서 조조의 군대를 대파하여 형주를 나눠가지고, 이후 유비가 익주(촉)까지 손에 넣어 삼국정립시대를 맞게 되었다. 우리 정치지형 역시 보수, 중도, 진보의 삼각구도가 형성되기를 필자는 오래 전부터 바라왔다. 하지만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정당들의 ‘양강 구도’ 카르텔은 오랜 세월 선거제도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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