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양공원에서 만난 조팝나무 꽃.

시골에서 자랐다고 하면 나무이름, 풀이름을 다 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 정도는 알아줘야 할 것 같은 강박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정말 흔하게 보는 것 중 남들도 다 아는 정도다. 결국은 관심의 문제다. 특히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땅에 붙어 피어나는 제비꽃, 봄까치꽃, 민들레 등 작은 풀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면 관심은 충분하다. 어느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한다. 짧은 경험과 지식이지만 자연에서 얻는 행복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길 바라며...

그러고 보니 내가 나무며, 풀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지? 가능한 미디어에 덜 노출되게 두 아이를 자연에서 놀게 해야지 하는 생각이 출발이었다. 어느 해 여름 견디기 힘든 더위를 피해 찾아간 그늘 짙은 숲이 생각보다 시원하구나 하는 경험이 더해졌다. 그 후 아이들을 데리고 아파트 화단에 난 풀과 나무를 살펴보기 시작했고, 봄이면 논과 밭에서 쑥을 캐고 여름이면 물놀이를 했다. 한번은 밤에 반딧불이를 보러 곤양면 흥사리에도 갔다.

지금은 아예 작정하고 지난해부터 동네 아이들 20여 명과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가까운 숲에서 놀고 있다. 주로 수양공원에서 논다. 아이들과 놀아보니 수양공원만한 곳이 없다. 읍성의 역사와 같이하는 소나무, 팽나무, 서어나무 등 노거수가 많고,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는 경사진 곳과 평평하고 넓은 터가 적당하게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맨발로도 족히 걸을 수 있는 흙길과 손으로 만지며 그 감촉을 느낄 수 있는 성벽, 가위바위보하며 오를 수 있는 계단과 연못이 있다.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쉼터도 갖춰져 있다.

그러나 매번 갈 때마다 느끼지만 수양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많지 않다. 운동 시설과 약수터를 이용하는 사람, 게이트볼 장에 오는 어른들, 간혹 어린이집에서 오는 아이들 정도다. 우범지역 같아 혼자는 못가겠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왜 그럴까? 그 곳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사람과 시설,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방치되어 있는 4층 규모의 팔각정인 ‘침오정’이 잘 보여준다. 침오정이 있는 그 곳을 ‘숲속 작은 북까페’로 만들고, 수양공원을 ‘상설 숲놀이터’로 만들면 좋겠다. 아이들의 웃음이 넘치고 어른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다. 행정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박남희 (숲해설가 /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여기도 꽃, 저기도 꽃이다. 보통은 나무들이 시차를 두고 꽃을 피우는데 올 4월은 날씨 탓인지 한꺼번에 피고 있는 것 같다. 지난 토요일에도 수양공원에 들렀다. 벚꽃, 동백꽃, 복사꽃, 목련꽃, 조팝나무꽃을 보았다. 그 중 수양공원에 가시거든 새하얀 꽃들이 촘촘히 무리지어 피어있는 조팝나무를 찾아보시라. 조팝나무는 좁쌀로 지은 조밥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하고 말이다. 우리 땅의 나무 이름에는 먹을 것과 관련된 것이 많다. 곧 피게 될 이팝나무도 마찬가지다. 꽃구경도 순간이다. 놓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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