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9일 남강댐치수대책협의회가 열리던 시각, 남강댐관리단 입구에서는 사천시민과 환경단체들이 집회를 가졌다.

한동안 뜸하다 싶던 남강댐의 사천만 방류량 확대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예전엔 남강물 부산 공급과 이를 위한 남강댐 운영 수위 상승 계획이 맞물려 일어났다면 지금은 그냥 남강댐의 안전 문제라는 게 수자원공사의 설명이다. 조금 어렵게 말하면 남강댐치수능력증대사업 때문이다.

남강댐치수능력증대사업이란 1만 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비가 내릴 경우에 대비해 남강댐의 홍주조절능력을 키워 놓는 일을 말한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달 23일 이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맡겼다.

남강댐의 홍수조절능력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단순히 생각해보면 크게 두 가지가 떠오른다. 먼저 물그릇을 크게 키워서 더 많은 물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남강댐을 더 높이거나 상류에 홍수조절용 댐을 하나 더 짓는 방안이 이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밀려들어오는 물을 재빨리 댐 너머로 흘려보내는 방법이다. 수문을 키우거나 아니면 아예 물이 댐을 넘치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수자원공사 측은 앞서 언급한 모든 방안을 치수능력증대 방안으로서 유효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니 ‘사천만으로만 더 많은 빗물을 쏟아낼 것’이란 걱정을 붙들어 매어 놓으라고 주문한다.

그럼 얼마나 좋을까. 정말 걱정을 내려놓고 싶다. 하지만 지난 3월 29일 있었던 올해 첫 남강댐치수대책협의회를 지켜본 바로는 정반대 심정이다. ‘오직 사천만 극한홍수의 희생양이 되겠구나’하는 걱정마저 앞선다.

이유는 간단하다. 용역 과제의 기본방향이나 참여 위원들의 대화 곳곳에서 ‘결국엔 사천’이란 행간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주를 비롯한 남강 본류 쪽 도시들은 ‘이미 댐과 사천만 방류 계획을 믿고 각종 개발을 해뒀으니 아무리 큰 비가 내릴지라도 적정 수준 이상 흘려보내선 안 된다’는 일종의 으름장을 토했다. 반대로 사천을 향해선 ‘대를 위해 소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낡고 저급한 인식을 깔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여태 끌려오기만 한 사천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비록 협의회의 전반적 분위기가 사천시에 우호적이지 않아 고립되었다고 하나 사천의 운명이 달린 문제인 만큼 시민사회에 알림으로써 벌써 공론화했어야 했다.

그러나 늦다고 생각할 때가 적기란 말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사천시민이 똘똘 뭉쳐 남강댐 사천만 방류 증대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마침 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는 만큼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사천시민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이들의 정견을 공약으로 받아두어야 한다.

한편, 수자원공사는 2009년 남강댐용수증대사업을 추진하면서 ‘남강댐 방류에 따른 하류영향조사’ 일환으로 ‘남강댐 방류량 변화에 따른 하류지역 수리 안정성 분석’이란 연구과제를 진행한 바 있다. 그 중 수리모형실험을 일본 교토대에 의뢰한 바 있는데, 그 최종 결과물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시 일부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방류량 5520㎥/s에도 바다 수위가 사천일반산단의 표고 4m를 훌쩍 넘는 4.74m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당시 상정한 극한홍수 1만8000㎥/s로 남강물이 쏟아진다면 사천은 어찌 되겠는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