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미투 운동’이 국내의 이런저런 중차대한 정치・사회적 이슈를 모두 압도하고 있다. 혐의자는 적극적인 사과보다는 일단은 변명을, 그러면서 누리고 있던 모든 지위와 권한을 스스로 혹은 타의에 의해 내려놓고 있다. 유력 정치인들이 낙마하고, 유명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들 가해혐의자에게 적용되는 죄명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 또는 ‘강제추행죄’다.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게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①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형법 제302조 제1항), ②추행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성폭법 제10조 제1항) 처해지고, 이와 달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형법 제298조) 각 처해진다.

강제추행죄의 폭행과 협박은, 강간죄에서 그것과 달리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정도에 이르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묻지 않는다. 기습추행의 경우에는 추행 그 자체가 위 폭행에 해당되는 것으로 본다. 반면에 위력에 의한 추행・간음죄에서의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세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고,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한편, 추행은 간음과 달리 성교에 이르지 않아도 성욕을 목적으로 한 행위로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혐오를 느끼게 하는 일체의 행위다.

교사와 제자, 교수와 대학원생 조교, 사장과 여직원, 성인남성과 가출소녀 등의 관계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였다면 위력에 의한 간음・강제추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 피해자가 그 자리를 적극적으로 피하였는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였는지 여부 등은 묻지 않는다. 이들 사이에서 성관련 행위는 그것이 애정이나 모종의 대가관계에 기한 것이든 간에 위력에 의한 위 죄의 구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그 구조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와 흡사하다. 노동자의 파업은 위력으로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 다만 그 파업이 주체, 목적, 절차 등에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되는 구조이다.

한편, 신체적인 접촉이 없는 경우에도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죄가 성립되는 경우도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아가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여 기소된 사건에서 법원은 유죄로 인정하면서, 위력이란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어린 소녀로서는 엘리베이터라는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자기보다 훨씬 신체가 크고 낯선 남성의 음란행위로 심리적인 위압감과 불안감을 받았을 것이므로 그 상황 자체로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했다고 했다. 위력에 의한 추행은 강제추행죄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으로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수단’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에 비추어 피해자의 의사를 제압할 만한 상황이었던 점에 주목하여 성립하는 범죄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조금이라도 의문을 제기하면 똑같은 가해자로 몰릴 듯한 분위기다. 어떠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형벌이, 범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도덕적 비난을 받을 일이라면 그에 따른 질타가 있으면 될 일을 사회 전체가 과도하게 집단으로 징치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죄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변호하는 것이 직업인 탓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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