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명재상 강태공은 “형벌은 높은 사람에게, 상은 낮은 사람에게” 쓰라고 했다. 나라의 번영과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내부의 결속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재벌가의 수백억의 회사 돈 횡령, 배임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식처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아주 어쩌다가 실형을 받더라도 형기의 절반도 못 채우고 사면되는 반면, 같은 재산범죄라고 하더라도 절도 등의 고전적 범죄에 대한 형벌은 가혹한 것이 현실이다.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 그 미납 시 통상 5~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의 노역장 유치를 함께 명한다. 2014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해 광주지방법원은 벌금 249억 원을 선고하면서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일당 5억 원을 환산한 기간의 노역장 유치를 명하였다. 50일을 노역장에서 소위 ‘몸으로 때우면’ 위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황제노역이라는 말이 생긴 유래가 된 사건이다. 국민의 커다란 공분을 샀고, 이를 계기로 지역 토호세력과의 결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역법관제도(일명 ‘향판’)는 폐지되었다.

소득과 재산에 따라 노역환산액을 달리 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다만, 고액의 벌금형의 경우 더 중한 형벌인 징역형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노역환산액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예컨대, 허위세금계산서 발급행위를 처벌하는 조세범처벌법은 징역형과 함께 허위기재 된 매출금에 대한 부가가치세액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의 병과를 규정하고 있는데, 허위로 발급된 계산서 기재 매출금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경우 징역형과는 별도로 수십억 원의 벌금형이 병과된다. 이 경우 주형인 징역형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벌금형에 대한 노역장 유치기간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필자가 맡은 유사한 사건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3억 원, 위 벌금 미납 시 500일을 환산한 기간 노역장유치를 선고받았다. 1년6월의 징역형과 균형을 맞춘 것이다. 만약 이러지 않고, 1일 5만원으로 환산한 기간을 노역장에 유치한다면 벌금 3억 원을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6000일(16.4년)을 감옥에서 노역해야 한다는 것으로서, 이는 중한 징역형보다 덜 중한 벌금형이 사실상 훨씬 더 중해지는 것이 되어 부당하고, 가난한 자에게 더욱 가혹해지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노역환산액의 탄력적 적용이 불가피한 이유다.

최근에 있었던 재벌 3세에 대한 항소심 집행유예판결에 대해 유・무죄의 법리적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인정된 뇌물 36억 원에 대한 ‘역시나’ 관대한 처분은 강태공의 위 말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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