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 변호사

최근 잇따른 대형 화재사고는 아까운 목숨을 화염과 연기에 사라지게 하고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당국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고인들의 명복과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는 마음 간절하다. 오늘은 화재와 관련된 형법상식을 전할까 한다.

불을 놓아 건조물 등을 소훼하는 범죄는 고의에 의한 ‘방화죄’와 과실에 의한 ‘실화죄’로 대별된다.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을 고의로 방화한 경우 ‘현주건조물 방화죄’가 성립되고(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위 범죄로 인해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던 경우라도, 위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죄’는 살인죄보다 법정형이 더 높다. 사회적 위험이나 그로 인한 결과의 중대성을 고려한 입법이다. 현주건조물은 자기 소유이든 타인 소유이든 묻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건조물의 경우에는 자기 소유의 것에 불을 놓은 것만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고, 그로 인해 공공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 범죄가 성립한다.

반면, 실화죄는 과실로 인해 현주, 공용 또는 타인 소유의 일반건조물을 소훼하거나 자기 소유의 일반건조물 등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때 성립한다. 한편, 연소죄는 자기 소유의 건조물 등에 방화하였는데 이것이 타인 소유 건조물 등으로 확대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다.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예를 들어보자. 사람이 살지 않는 타인 소유의 빈집에 고의로 불을 놓았는데 때마침 불어온 바람 때문에 이웃 인가에 불이 옮긴 경우, 위 빈집에 불을 놓은 행위는 ‘일반건조물 방화죄’가 성립하고, 과실로 이웃 인가에 불이 옮긴 것에 대해서는 별도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하나의 행위에 고의범죄가 성립하면 과실범죄는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기 소유의 외딴 창고에 불을 놓았는데 이로 인하여 타인 소유의 주택이 소훼된 경우에는 ‘연소죄’가 성립한다. 연소죄는 자기 소유의 일반건조물에 대한 방화가 확대되어 현주・공용・타인소유 일반건조물을 소훼한 경우에만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원룸에 거주하던 취업준비생이 술에 취해 담배를 피다가 그대로 잠이 드는 바람에 원룸이 전소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신체를 훼손당하지는 않았지만 실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건물주인에게는 그 화재로 인한 물적피해를 배상해 주어야 했다. 화재로 인한 귀중한 인명과 소중한 재산이 훼손되고 범죄자가 되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