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나의 눈부신 친구>

「나의 눈부신 친구」엘레나 페란테 지음 / 한길사 / 2017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연작이 지난 12월 마침내 완역되었다. 미국에서 120만부가 팔리고, 타임지 및 BBC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 등 국제적으로 큰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페란테’라는 이름마저 필명인 작가는 언제나 글 안에서만 존재한다.

이 작품은 1권 「나의 눈부신 친구」,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총 4부로 되어 있다.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 이 두 친구의 60여 년간에 걸친 우정을 다룬 대하소설이다.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시점에서 출발한다.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간파하는 특별한 사이지만 그들의 우정 안에서도 미묘한 감정은 존재한다. 그들에게 서로는 평생의 라이벌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다.

작가로서 성공하는 레누, 햄 공장 노동자가 되는 릴라, 벅찬 결혼 생활로 커리어가 끊긴 레누, 컴퓨터 기술자로 재기하는 릴라. 순탄하지만은 않은 인생의 여정을 함께하는 두 주인공과,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굉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어, 1권을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4권의 끝까지 읽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소설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경제 및 정치, 사회 문제가 중요한 문제였던 1960년대 이탈리아, 그 중 더욱 변화무쌍하던 나폴리를 배경으로 당시 격변하는 사회모습 또한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페미니즘적 요소도 빈번히 포착할 수 있는데, 사랑, 시기, 질투, 분노, 탐욕, 연민이 교차하는 지점의 여성의 심리가 날카롭고도 직선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소설은 구조 자체보다 이야기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술술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욕망으로 가득한 나폴리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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