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횡단하는 도둑게의 시련

▲ 도로 옆 도랑에 바진 도둑게

"도둑게야 어디 가니?"  "뭘 도둑질 했기에 도둑게라고 불리니?"

"도둑게라 불려서 좀 억울하겠다!"  "사람들 보고 야 이 도둑놈아! 하면 엄청 큰 욕이 되거든."

▲ 차도 위를 건너는 도둑게가 중앙선 오른쪽 앞에 보입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위험 천만한 도로를 도둑게가 바쁘게 건너갑니다. 옛날 도둑게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던 시절엔 찻길이 아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뚝딱뚝딱 공사가 진행되더니 찻길로 변했습니다. 사람들이 차를 타고 달리며 바다를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게 하려고 길을 낸 해안도로입니다. 육지에서도 살고, 바다에서도 사는 도둑게 입장에선 죽음을 무릅쓰고 건너야 할 사선입니다.

 멀리서 차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차가 오는 줄도 모르고 바다에 살던 도둑게 한 마리가 산을 향해 잽싸게 달려갑니다. 벽을 타고 올라와 난간을 건너고 중앙선을 넘어 도로 위를 지나갑니다.

▲ 중앙선 까지 다다른 도둑게

 가까스로 중앙선을 넘어선 도둑게의 모습입니다. 다리를 치켜들고 바쁘게 움직입니다. 중앙선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과 하천 그리고 산이 이어져 있습니다. 도둑게가 되기 위해선 마을과 하천, 산으로 올라가야만 합니다.

 도둑게는 새끼 때는 바다에 살다가 어른이 되면 육지로 올라옵니다. 몇 차례 허물을 벗고 게다운 모습이 갖추어질 때쯤 바다를 떠납니다.

▲ 어린 도둑게가 살던 바다

 도둑게가 살던 바다입니다. 도둑게뿐만 아니라 칠게, 방게, 펄털콩게, 농게도 사는 곳입니다. 썰물때가 되어 갯벌이 드러난 바다에서 동네 아주머니들이 '쏙'을 잡고 있습니다. 사람과 게, 조개가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삶터입니다.

 옛날에는 발에 밟힐 정도로 도둑게가 많았다고 합니다. 해안도로가 육지와 바다의 경계선이 되면서부터 차츰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흔하지 않은 도둑게가 되어버렸습니다. 빨갛고 예쁜 몸 색깔 때문에 최근에는 관상용으로 팔려나가기도 합니다. 육지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응한 몸 때문에 오히려 곤란을 당하는 경우입니다. 먹이를 주면서 키우면 작은 수족관 안에서도 죽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몹쓸 인간'들입니다.

▲ 도둑게 옆으로 가까이 다가온 자동차
▲ 위협을 느끼자 도로 위에 납작 엎드린 도둑게

도로를 거의 다 건너갈 즈음 차가 더욱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아스팔트로 전해오는 차의 엔진 소리와 차체의 진동이 몸에 전해지는 순간 도둑게가 도로 위에 납작 엎드렸습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보이는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사람이나 너구리, 오소리 등 야생동물이 다가가면 거품을 내뿜으며 저항을 해보기도 하고,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다리를 끊고 달아나기도 합니다.

▲ 담쟁이넝쿨 아래 숨어있는 도둑게

무사히 도로를 건너온 도둑게가 수로 주변 담쟁이넝쿨 아래로 부리나케 몸을 숨깁니다. 차에 깔리거나 사람들 발에 밟힐 뻔했던 아슬아슬한 순간을 여러 번 겪은 후입니다. 간이 콩알만해지고, 격렬한 심장 박동으로 숨이 멎을 지경입니다. 그래도 목숨은 붙어 있으니 천만다행입니다. 

어른이 된 도둑게는 육지로 올라와 생활을 합니다. 옛날부터 집안 부엌에 들어와 밥을 훔쳐 먹는 도둑이라고 사람들이 '도둑 게'로 불렀는데 그이름이 그대로 학명이 되어버렸습니다. 개밥도 훔쳐 먹고, 닭장에서 닭똥도 주워먹을 정도로 식성이 좋습니다. 특히 수박 껍질을 제일 좋아한다고 합니다.

▲ 도둑게가 수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밥도 훔쳐 먹고, 개밥도 빼앗아 먹고, 닭똥도 주워 먹으면서 몸이 커질 대로 커진 어른 도둑게는 6월에서 9월 사이. 보름달이 뜬 밤, 바다에 물이 가득 찬 밤이 되면 온갖 고난과 역경을 무릅쓰고 길을 떠나 바다로 달려갑니다. 배에 가득 붙어 있는 새끼들을 풀어놓기 위해섭니다.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바보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게들 입장에서 보면 좀 더 좋은 서식 환경에서 보다 많은 자식들을 키워내기 위한 본능입니다. 사람들의 개입만 없었더라면 바다에서도 육지에서도 더없이 행복한 삶을 살았을 도둑게들입니다.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도둑게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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