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숨고르기]

▲ 김재원 경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우리 생활에서 골치 아픈 일 중 하나는 쓰레기에 관한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평소에 발생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쓰레기 분리수거로 어느 정도 문제가 줄어 들 수는 있겠지만 그 효과가 미미 할 것이라는 것은 굳이 조사를 해보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대학 실험실에서도 쓰레기의 처리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우선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폐기물은 위험 요소를 가진 폐기물이 포함되어 있어서 따로 분리하여 배출하여야 한다. 실험에 종사하는 연구 인력들은 실험실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먼저 숙지하고 있어야한다.

지금으로부터 한 25년 전에, 미국 대학의 한 연구실에서 날카로운 면도칼을 사용하여 실험을 하게 되었다. 실험실 폐기물 중, 날카로운 면도칼이나 수술용 메스, 주사 바늘 등은 이를 각각 따로 분리하여 별도의 상자에 모았다가 배출하여야 한다. 사용한 면도칼을 폐기 상자에 무심히 버리려는데 이를 본 옆의 동료가 제지를 하였다.

동료의 설명에 따르면 날카로운 면도칼을 그냥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면도칼이나 날카로운 바늘을 그냥 버리게 되면, 이것을 청소하는 사람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테이프로 싸서 버린다는 것이다. 당시엔 에이즈 때문에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었던 시기였다. 실험실을 청소하는 사람들은 실험실에서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데, 폐기물을 다루다가 찔리게 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소를 하는 사람들은 대학에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 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항의 하였고, 대학에서는 이 의견을 받아들여 연구원들이 칼이나 바늘을 버릴 때는 날카로운 부분을 테이프로 잘 감싸서 버리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면도칼을 테이프로 감싸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게 되면 어떻게 결론이 날까? 별것을 다 문제 삼는다고 비난하지는 않을까? 아니면 하기 싫으면 그만 두라고 하진 않을까?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고, 어떤 정당한 요구를 하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은 할까?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었다. 연일 계속되는 대통령의 행보에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 특별한 행보가 아니다. 직원들과 식판 들고 밥 먹고, 참모들과 산책하면서 커피 마시고, 초등학교 어린이 기다려서 사인해 주는 일이 연일 뉴스에 나오고 사람들은 그 장면에 감동한다.

나라다운 나라가 무엇이겠는가? 정상적인 나라는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이 찔리지 않게 하기 위해 면도칼을 테이프로 싸는 사람들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 나라일 것이다.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나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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