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각종 보조금에 ‘눈먼 돈’이란 별칭이 붙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스개를 넘은 비아냥이자 조롱이며 자괴감 섞인 탄식이다.

최근 검찰(=창원지검 진주지청)이 보조금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해 관련자들을 기소하면서 이 같은 탄식이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사천에서는 사천축협과 한 영농조합법인이 문제를 일으켰다. 축산농민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농기계 구매자금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에서 농기계 구입 가격을 부풀림으로써 사업대상자가 다른 이득을 누렸던 게 문제가 됐다.

더 놀라움을 준 것은 이 영농법인의 전 대표가 ‘농민 의원’임을 자처하는 김봉균 의원이었다는 점이다. 비록 시의원으로 당선되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는 하나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을 농민운동에 헌신하며 농민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던가. 김 의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저지른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법적 책임뿐 아니라 도덕적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그나마 김 의원이 의회 본회의가 열리는 공개 석상에서 시민들을 향해 일찌감치 고개를 숙인 건 잘한 일이다. 그는 “사천시민들과 의회의 위상에 누를 끼쳐 송구하다”며 보조금 반납은 물론 사법 책임을 다 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법률 위반으로 민형사상 처벌을 받아야 했던 시의원들이나 여러 공인들은 이렇다 할 반성문 없이 어물쩍 넘어간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어느 누구든 자신이 누리는 명예와 권력 너머에는 무거운 책임이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공인이라면 공개적인 책임 표명도 꼭 필요하다.

나아가 각종 보조금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어떤 이에겐 ‘눈먼 돈’일 수 있으나 다른 이에겐 ‘간절한 기회’일 수 있다. 보조금 집행에 있어 깐깐한 지도와 사후 정산이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