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사천교육지원청·사천친환경영농법인 수사의뢰
사천교육지원청 “지역 친환경 생산자 돕기 위한 것”
일선 학교, 계약 중단 잇따라 친환경영농법인 위기

▲ 경남도 감사 결과로 사천지역 친환경 농가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사천시 용현면 두레농장 친환경 채소 수확 체험하는 모습.(사진=뉴스사천 DB)

사천시 친환경생산자영농조합법인(아래 사천친환경영농법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천지역 학교들이 급식재료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 법인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감사에서 지적하고 수사의뢰했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지난 8일 발표한 전국 최초 시행 학교급식 감사 결과에서 사천교육지원청이 특정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남도 감사관실은 지난 1월 16일부터 5일간, 사천교육지원청과 초등학교 4곳, 중학교와 고등학교 각 1곳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다.

#경남도 “특정업체에 수의계약 특혜”

경남도 감사관실의 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사천교육지원청은 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통한 공동구매 입찰방식으로 급식재료를 구입해야 하는데도 이와 배치되게 일부 품목의 분리발주를 유도한 후 학교별로 1인 수의계약 체결을 유도했고, 학교는 1000만 원 이하로 분할해 사천친환경영농법인과 계약함으로써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지적대상 학교는 사천시 관내 38개 학교, 금액은 8억1100만 원이다. 경남도는 사천교육지원청 관련 공무원과 사천친환경영농법인 대표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경남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사업의 당초 사업목적에 맞지 않게 타지역 친환경농산물과 농산물이 아닌 축산‧수산물, 공산품도 납품됐고 결국 공급업체 경영이익 중심으로 운영이 변질된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감사 결과에 따라 사천지역 학교들은 잇따라 사천친환경영농법인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 00고등학교 한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좋은 재료로 만든 급식을 먹이고 지역의 농민들도 돕겠다는 순수한 의도로 수의계약을 한 것인데 감사에서 지적받은 게 안타깝다”며 “앞으로는 입찰을 통해 식재료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사천친환경영농조합이 각 학교에 공급한 지역우수농산물과 가공식품. (사진=뉴스사천 DB)

#친환경영농법인 “운영 심각한 위기”

147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사천친환경영농법인은 당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동안 모든 생산 물량을 지역 학교에 납품해 왔는데 이번 감사로 중단된 만큼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할 형편이다.

김형석 사천친환경영농법인 대표는 “3월 급식과 관련해 발주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하고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긴급이사회와 임시총회를 열어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지 않겠냐”고 하소연했다.

또 “감사에서 지적받은 부분을 교육청이 미리 알고 대처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청 “농업인 돕는 취지로 운영”

사천교육지원청은 난감한 입장이다. 사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사천친환경영농법인은 급식에서 지역의 우수한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로 공동구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설립돼 지금까지 학교들과 거래해 왔다”며 “지역 농업인을 돕기 위한 차원의 제도인데 경남도가 특혜제공으로 지적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경남도교육청은 경남도의 이번 감사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특정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감사결과에 대해 도교육청은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먹거리 이용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인지 부족 등으로 규정 위반을 했을지는 몰라도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한 의도된 행위는 없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감사 과정에서 급식 실무자들은 학교현장의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범죄인 취급을 받으며, 감사관의 고압적인 태도로 취조 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며 “지역의 먹을거리를 신선하게 우리 아이들에게 공급하려고 노력했던 일이 특혜제공으로 오인되어 급식 종사자들의 사기는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감사대상에 포함됐던 사천의 A학교 관계자는 감사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감사관들이 이미 특혜제공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몰아가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 사천교육지원청은 그동안 학교 급식 담당자와 생산자 단체간 친환경농산물 단가 결정을 위한 협의회를 분기별로 개최해왔다. (사진=뉴스사천 DB)

#지역 농산물 납품 대책 ‘막막’

경남도교육청은 이번 감사 결과 발표에 앞서 ‘지역 우수농산물 학교급식 이용 적극 추진 협조 요청’ 공문을 시‧군교육지원청과 일선 학교에 보냈다. 직거래 사업 추진을 위한 통일된 지침이나 매뉴얼이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계약법 등 관련 법령을 숙지해서 식재료 구입을 해 달라는 취지다.

사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도교육청 차원에서 직거래가 가능한 구매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고 있는데 이 매뉴얼도 4월이나 5월은 돼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사천시는 최근 ‘지역 친환경 우수 농산물 적극 이용 협조’ 공문을 사천교육지원청과 관내 초·중·고등학교에 발송했다. 센터는 공문을 통해 “FTA 수입 개방 확대와 농산물 소비 감소로 지역 친환경 우수 농산물 소비가 위축돼 재배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양질의 학교급식과 우리지역 친환경 농산물 재배농가를 위해 관내 생산 친환경 우수 농산물이 많이 이용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시는 친환경 우수 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해 사천교육지원청과 지역 친환경 우수 농산물 생산자단체와 협의회 개최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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