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재산조사위, 중추원 참의 최연국 ‘환수조사결정취소’ 결정

사천시 곤명면 은사리에 있는 단종태실지. 지금은 친일파 최연국의 묘지가 되어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이 땅을 환수하기 위해 검토했으나 지난 17일 이를 포기했다.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파헤쳐져 친일행위자에게 팔렸던 단종태실지! 친일파 재산환수 조치에 따라 국가 환수가 추진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지난 17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일제강점기에 중추원 참의(지금의 국회의원에 해당)를 지냈던 최연국의 후손들로부터 재산환수를 검토했던 것과 관련해 ‘환수조사결정취소처분’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환수 포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조사위는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에 관해 “단종태실지가 최연국에게 불하된 것은 1929년인 반면 그가 중추원 참의에 임명된 것은 그로부터 4년 뒤인 1933년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결정을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크다. 당시 일제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던 모든 태실지를 훼손하고, 이른 바 ‘명당’으로 불리던 왕실 소유의 그 땅을 개인에게 불하하면서 아무에게나 줬겠냐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중추원 참의를 지냄으로써 민족문제연구소로부터 친일인사로 분류된 최연국의 묘.
한 시민은 “친일반민족행위가 중추원 참의를 맡기 이전부터 계속됐을 거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라면서 조사위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시민은 다른 이유를 들며 조사위 결정을 비판했다. “최연국의 후손들이 방송사 사장에 국회의원까지 지내는 등 한 마디로 잘 나가지 않느냐. 처음부터 예견됐던 일이었다.”

실제로 최연국의 묘비에는 그의 아들이 경기도지사와 외무부차관 대사 등을 지냈고, 사위는 검사를 지냈으며, 조카는 국회의원과 KBS사장 그리고 공보부 차관 등을 지냈다고 기록해 놓았다.

이번 결정을 아쉬워하기는 사천시도 마찬가지다. 사천시는 한 때 경남도문화재위원회와 함께 태실지를 성역화 하는 계획을 세웠고, 토지수용에 협조해 달라고 소유주에게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따라서 조사위를 통해 재산환수를 기대했던 사천시는 이번 결정으로 태실지 성역화 사업이 아주 힘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번 결정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시민도 있었다. 단종태실지가 있는 곤명면 은사리에 사는 한 주민은 “최연국이 정부로부터 불하를 받았던 것이니까 정당성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안타깝지만 이번 결정은 당연한 것이다.”

소나무로 꽉 찬 작은 동산으로 보이는 단종태실지.
단종태실지에는 현재 일부 석물만 남은 채 최연국의 묘가 들어서 있다. 경남도는 이 터를 경남도기념물 제31호로 지정해 놓고 있다.

한편 단종태실지 근처에는 경남도기념물 제30호인 세종대왕 태실지가 있으나,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에 민간인에게 팔려 묘가 들어서 있고, 태실지임을 알리는 석물들만 산기슭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작은 안내 표지판이 이곳이 단종태실지였음을 알리고 있다.
단종태실지 입구.
단종태실지 인근에 있는 세종대왕태실지. 제 자리를 쫓겨난 석물들만이 산기슭 한 곳에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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