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주)(KAI) 사장이 새해를 맞아 3일 KAI 에비에이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하 사장은 지난해 말 등산을 하다 다리와 팔을 다쳐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간담회장에 나타났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2016년을 돌아보고 2017년 KAI의 주요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하 사장은 지난해 수리온 안전성 문제가 불거져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계획은 우선 정부의 항공정비(MRO)사업 유치를 거론했다. 하 사장은 “청주공항의 MRO사업은 공식적으로 취소됐기 때문에 사천만 남아있다”며 “특별한 일이 없다면 금년 초에는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사장이 이날 밝힌 핵심 화두는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 Advanced Pilot Training) 사업이다. KAI가 만든 T-50A는 APT사업에 후보 기종으로 올라가 있다. 그는 “2017년은 KAI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에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 결정(기종 선정)이 있다. 결실을 맺는다면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크게 발돋움하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동력 산업으로 항공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APT사업 실패 시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 하성용 KAI 사장.

다음은 기자들의 질문과 하 사장의 답변 중 주요내용이다.

#항공MRO사업은 올해 선정되나?  
=지난해는 국토교통부 평가위원회에 MRO사업에 대한 투자 확신을 못 심어줬다. 물량확보 문제, 기술력 부족 문제를 지적받았는데 미국업체와 기술제휴를 맺었고, 국내 저가항공사와 물량부문의 약속을 받았다. 일본항공, 동남아 저가항공사와 접촉하고 있다. 경쟁력만 갖춘다면 물량은 자연적으로 오게 돼 있다. 1월 중순에 평가위가 현장실사를 오는데 KAI의 능력을 인정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의 비행기를 보잉의 도움으로 사천에서 정비해 보냈는데 인정을 받았다.

#항공MRO 선정시 기대효과는?  
=앞으로 4~5년 동안은 이익이 나지 않고 투자만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러나 10년 후에는 중요한 먹거리산업이자 고용창출 효과도 클 것이다. MRO사업 선정의 효과는 정부의 물리적 지원보다 정책적 방향 부분이 더 크다. 정부는 500억 원을 투자하게 되는데 이 지원금은 적지만 항공기 수리부품을 해외에서 구입할 때 정부가 관세혜택을 줄 수 있다. 오는 2025년이 되면 KAI가 만든 항공기가 2000대 이상이 되는데 후속지원을 위해서도 MRO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MRO사업은 경남과 부산지역 전체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사업은 정치로 하는 게 아니라 경제성으로 하지만 지역숙원사업 임을 감안할 때 사업 유치를 위한 노력 측면에서 충북지역 정치인들에 비해 우리 지역 정치인들의 모습은 아쉽다.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의 중요성은?
=비행기를 팔려고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이 비행기를 만드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APT사업을 수주하면 이런 질문을 받지 않고 KAI가 만든 항공기는 세계시장에서 믿음을 쌓을 수 있다. APT사업 수주 시 국내 항공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현재 항공국가산업단지 부지면적이 적을 수도 있다. APT사업에 실패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만약 안됐을 경우 KAI의 성장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엄청난 진통이 따를 것이다. APT사업이 없다고 해서 KAI가 당장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할 물량을 확보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죽기살기로 따 내겠다. 진인사대천명이다. 실패하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 

#APT사업 선정을 위한 준비는?
=지난해 6월부터 록히드마틴과 TF팀을 구성해 가격경쟁력을 두고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이 기종 선정에 결정적인 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국 현지에서 T-50A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항공기 성능과 운영상 신뢰성에서 경쟁업체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업은 국가간 사업이라 국제정세와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안정적이지 못한 반면 스웨덴과 이탈리아 등 경쟁업체는 미국과 가까운 사이다. 불안한 요소다.

#지역사회를 위한 공헌활동은?
=테스트 비행으로 인한 소음문제를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제 KAI가 자생력도 생기고 경영도 정상화됐기 때문에 지역주민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만든 나눔봉사단을 올해는 사회공헌실로 새롭게 조직화했다. 지금은 1년에 15~16억 원 수준이지만 앞으로 100억 원 가까이 기금을 늘릴 계획이다. 지역의 어려움을 보살피는 기업이 되겠다.

#조선산업 인력 채용계획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당분간 힘들 것이다. 조선분야의 인력은 항공분야와 호환성이 있어 연구‧개발(R&D) 인력은 채용이 가능하다. 필요인력은 이미 채용 중인데 지금까지 200명 정도 채용했다. 연구‧개발 분야 인력은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계업종 인력도 경력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방향은?  
=30년 후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30년 후가 보장된 산업이 항공산업이다. 30년을 내다보고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KAI는 KF-X(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와 LAH(소형무장헬기)‧LCH(소형민수헬기) 개발사업이 마무리된 후를 대비해 MRO사업과 민수항공기 사업, 위성발사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 사장은 마지막 발언에서 “KAI는 지역과 더불어 발전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도지사에게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적인 측면의 발전도 필요한데 서부경남이 이 부분에서 혜택을 못 입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면서 “경남도나 사천시에서 이 부분에 대한 투자가 있으면 우리도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역발전을 위해 좋은 학교를 유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