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협력업체인 대명엔지니어링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7월 대명 임직원들은 KAI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는데 그동안 잠잠하다 4개월 만에 다시 거리로 나섰다. 시위 문구는 원색적이다. 대명의 주장은 KAI가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KAI가 청렴의무 위반을 이유로 물량을 주지 않고 있는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AI는 에어버스사의 A320‧A350 항공기의 날개부품과 A321 동체조립 물량을 수주하고 지난 2012년부터 대명에서 부품을 납품받는 계약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KAI는 대명 대표가 KAI 직원에게 금품 3억 원을 제공해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는 점을 들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KAI는 지난 7월 대명의 시위가 있자 사실 왜곡이라며 즉각 반박자료를 냈지만 이번에는 무대응이다. 양측이 갈등이 커지면서 지역 항공 중소기업들이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주가 힘든 상황인데 ‘집안싸움’으로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기업체 대표 40여 명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대명 대표의 업계 퇴출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또 KAI에는 대명에 대한 엄중 처리를 촉구했다.

대명 경영진은 아직 2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KAI가 말하는 청렴 의무 위반은 결정 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KAI 비난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과 롯데의 사례를 보면 기업의 ‘윤리 리스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 준다. 기업이라면 윤리경영은 기본철학이다. 특히 해외 업체와 거래가 많은 항공업체들에게는 필수 요소다. 윤리적이지 못한 기업들과 누가 거래를 하겠는가.

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정부가 항공산업을 세계 G7에 진입시키겠다고 나선 마당에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대명은 2심 판결이 나면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KAI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청렴거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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