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다. 작년 이맘 때 고 백남기 농민은 서울에 올라가 쌀값 보장을 외치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았다. 사실상 겨울이 시작됐는데도 주변에는 아직 벼를 수확하지 않은 논이 많다. 올해가 ‘대풍’이라지만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보다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올해 쌀값이 13만 원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21년 만에 가장 낮은 쌀값이다.

쌀값 폭락에 뿔난 전국의 농민들은 올해도 나락적재 투쟁에 나섰다. 사천시의회는 ‘쌀값 안정과 농가소득 보전’ 촉구 대정부 결의안을 12명 전체 시의원 명의로 발의했다. 정부가 해마다 임기응변식으로 내놓는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쌀값 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특히 밥쌀용 쌀 수입 문제와 재고미 처리가 핵심이다.

정부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해 쌀 재고가 증가하고 쌀 소비량도 계속 감소하는 바람에 쌀값이 하락하고 있으니 정부가 실효적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수요 초과분에 대한 시장 격리 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매년 반복되는 조치다. 작년보다 발표를 보름가량 앞당겼지만 쌀값 하락을 막지 못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농식품부는 시장 격리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쌀 생산량도 애초 예상(420만t)보다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쌀값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 정책에서 농민은 쌀농사를 포기해야 한다. 농약값과 비료대, 인건비 등이 상승하는데도 쌀값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데 정부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가지만 정부는 쌀 소비량 감소, 쌀 생산량 증가 핑계를 대며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정부의 시장격리 물량, 수매가 설정 등은 농민 요구와 크게 다르다. 올해 농민들의 요구는 40㎏ 기준 벼 수매가가 5만2000원이지만 정부가는 4만5000원이다.

쌀값 하락은 국가 식량안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매년 반복되는 쌀값 하락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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