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라는 말이 있다. 취향과 경험에 따라 이견도 있겠으나 벼농사를 지어봤거나 그 생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할 말이다. 그만큼 벼농사에 있어 물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콩, 감자, 옥수수 등 밭농사도 물이 없으면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니 농민들은 농사철의 물을 ‘피’에 비유하기도 한다.

사천에서 유독 ‘피 같은 물’로 인식되는 곳이 서포면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산과 골이 깊지 않고 물을 가둘 형편이 안 돼 늘 물 부족을 겪는가 보다. 일부 농민들은 관정을 뚫어 농사에 이용하고 있지만 최근엔 지하수마저 시원스레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어촌공사가 2013년 외구저수지를 만들었다. 이 저수지의 특징은 35km 떨어진 하동댐에서 인공적으로 물을 공급받는다는 점이다. 자연을 이용해 빗물 모으기가 힘 드니 궁여지책인 셈이다.

이렇게 가둔 물은 다시 인공 펌프로 퍼 올려 자혜나 금성, 선전 등 서포면 일원에 공급된다. 그나마도 양이 모자라 지역별로 제한급수를 할 때가 많다고 하니 외구저수지 물은 꽤나 귀한 셈이다.

그런데 외구저수지와 맞닿아 있는 골프장 사천CC가 이 귀한 물을 도둑질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얼마나 많은 물을 얼마의 기간 동안 농어촌공사 몰래 빼 썼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골프장을 조성할 때부터 물을 빼 쓸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는 사실이다. 사천CC 측은 문제를 인식하고 일찌감치 시설을 폐기했다지만 올해 초까지 직원으로 근무했던 이의 고백은 그와 다르다. 따라서 의혹의 눈초리도 가시지 않고 있다.

저수지 관리자인 농어촌공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니 결과를 두고 볼 일이다. 수사와 별개로 사천CC는 정부의 체육진흥기금을 지원 받은 시설인 만큼 지난 잘못을 드러내고 사천 시민과 농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