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의 교육이야기

1994년 이후 최악의 무더위라지만 사실 1994년의 기억은 우리 몸에 남아있지 않다. 오로지 지금 현재의 더위만이 우리에게 있을 뿐이다. 우리 학교는 지난 주 금요일 개학을 했는데 월요일, 화요일을 보낸 소감은 정말 학교 건물 전체가 거대한 사우나처럼 느껴졌다. 교실 마다 에어컨을 돌려 보지만 오후가 되면 오전 동안 태양열에 데워진 시멘트 덩어리의 건물이 열을 내뿜기 시작한다. 특히 2층 교실은 옥상의 복사열로 천장에서 나오는 열기가 에어컨의 냉기를 상쇄시켜버린다.

그러나 더위는 시간이 가면 해결될 문제이고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근본적인 틀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이다. 2016년 현재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전 학년이 동일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운용되고 있는데, 2018년부터 입학하는 고등학생들은 2015 교육과정으로 교육을 받게 된다. 지금 운용되고 있는 2009 개정 교육과정도 개발될 당시 엄청난 문제점을 가지고 출발했고, 그 문제점이 거의 수정되지 못한 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2015 교육과정은 이러한 문제점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새로운 문제점을 부가시키고 있는데 이를 테면 각 과목의 통폐합에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고등학교 사회는 공통사회, 지리,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영역을 배우게 되고 이를 지도하는 각 전공의 교사가 있다. 하지만 2015 교육과정에서는 사회과를 통합사회라는 하나의 과목으로 통합해버렸다. 이에 대해 교육부의 입장은 이러하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과 교육과정을 개발하고자 했다”는데 그 주요 방법이 통합인 것이다. 사회과목과 과학과목의 세부 항목을 통합시켜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묶어버린 것이다. 이 방향은 일견 장점도 있어 보이지만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바로 교육격차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교육부의 취지를 좀 더 알기 쉽게 표현하면 학습의 기초가 충실한 학생 위주로 과정을 편성, 운영하고 나머지는 스스로 역량을 키우라는 것이 본질이다. 이 과정으로 대입이 시행되면 사교육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고, 신 자유주의 교육은 정점을 찍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가 극심한 상황에서 그 나마 유지되던 다양성도 이제는 통합이라는 빌미아래 수도권의 일부 우수한 학생을 위한 승자독식 구조로 변해가는 이 교육과정을 우리는 매우 걱정스럽게 지켜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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