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협동조합? 학교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걸까?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고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협동조합 탄생 소식이 들리지만 학교협동조합이란 이름은 아직 낯설다. 얼마 전 경남도교육청이 학교협동조합 선도학교 3곳을 선정했다는 소식을 뉴스사천에서 보도했으니 그나마 덜 낯선 정도라고나 할까.

어쨌든 그 선도학교에 우리 지역 사천여자고등학교도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주 관심사가 매점 운영에 있다고 하니 ‘협동조합을 설립해 매점을 운영할 생각인가보다’는 정도로 이해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개가 갸웃거릴 즈음, 마침 사천여고에서 학교협동조합 조합원 모집을 앞두고 설명회를 연다는 소식이 들렸다. ‘잘됐다’ 싶어 걸음을 했다.

좁은 강당에 1‧2‧3학년 전교생이 가득 찼다.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은 뒷자리를 차지했다. 강단엔 우리나라에서 2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아이쿱생협 관계자가 협동조합의 운영방식과 기본원칙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청중의 태도는 어수선했다. 오후 2시, 나른한 식곤증이 몰려올 법했지만 학생들은 친구들과 나눌 대화가 더 간절했던가 보다. 바닥에 앉은 자리도 불편해 보였다. 이런 마당에 협동조합의 가치니 정신이니 하는 것이 귀에 들어오기가 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귀를 기울이는 친구들이 있다. ‘어쩌면 저 친구들이 일을 낼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일을 꼭 내어 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윙윙거렸다.

특강이 끝나자 사천여고 한 교사가 협동조합 설립계획과 운영 방안을 설명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심지어 학교와 무관한 지역민들까지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목적이다. 사실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어떤 협동조합이든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생각해보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도 든다. 학생들이 곧 주인이자 소비자인 매점을 만들어 자기네들이 원하는 물건을 채우고, 값을 매기고, 이를 팔고, 이윤이 남는다면 그것을 어디에 쓸지 또 정하고. 매점 운영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학생들이 원하는 취미모임도, 강좌도 열 수 있을 테다. 나아가 사회 진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마도 학교 입장에선 그런 그림까지도 그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의 몇몇 학교 사례,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학교가 협동조합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과 분명 별개다. 그만큼 텃밭이 다르다.

그렇다고 미리 포기할 일도 아니다. 교육은 다른 어떤 분야에서보다 과정이 중요시 되어야 하지 않은가.

협동조합은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워줌은 물론, 학교와 지역사회를 묶어주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잘 알려져 있다. 협동조합을 만들고 유지해가는 과정이 곧 훌륭한 교육인 셈이다. 학교협동조합을 장려하는 도교육청의 뜻도 어쩌면 여기 방점이 있을 터다. 사천여고의 학교협동조합 설립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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