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사천향교 교화수석장의(전 사천용남중 교장)

5월 셋째 월요일인 지난 16일은 제44회 성년의 날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치는 여러 기념할 만한 통과의례(通過儀禮) 중 하나인 성년례는 미성년자(어린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의미가 담긴 만큼 예로부터 그 절차가 간단치 않았다.

평민의 자녀들은 마을마다 비치하고 있던 ‘들돌’(60kg에 이르는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면 비로소 성인으로 인정받았다. 성인일꾼의 등급도 정해지고 따라서 세경도 성인에 합당한 몫을 받도록 인정된 것이다. 또 한 밤중에 공동묘지 다녀오기 등을 시켜 담력을 시험하기도 했다.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채택한 조선의 양반가(兩班家)에서는 더욱 엄격한 의례를 내세웠으니 그것이 성년례다. 즉 여자 15세, 남자 20세가 되어도 혼인을 하지 못하면 어른복색을 입힌 후, 여자는 쪽을 찌고 비녀를 꽂는 계례(笄禮)를, 남자는 상투를 틀고 관을 씌움으로써 성년이 되었음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관례(冠禮)를 행하였던 것이다.
성년례(成年禮) 의식은 문화와 시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지나친 옛 의례, 특히 상장례나 제의례를 그대로 지키기는 매우 어려운 현실에서 그 형식에 변화를 줌은 어쩌면 당연하다.

흔히들 관례 또는 계례라고 하면 머리 모양만 바꾸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관례와 계례는 어른으로서 책임을 일깨우는 책 ‘성인지례(成人之禮)’가 그 요체다. 육체적으로 성숙한 단계에서 일정한 의식을 통해 그것을 확인시켜 주고,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를 주어 어린 시절과 구분케 해준다. 성년례를 거치면 언어와 행동의 규범도 달리해야 하며 또한 주변에서도 그렇게 대접한다.

이렇듯 외적인 변화를 엄숙한 의식을 통해 주지시킴으로써 내적 정신의 성장 동기를 부여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바른 몫을 해 나가도록 일깨워 주는 뜻이 있는 것이다.

이런 뜻이라면 오늘날에도 성년례의 참뜻을 제대로 이어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전통의례의 형식에 치우쳐 소수 몇 사람이 대학이나 향교의 한 쪽에서 흉내만 내 보이는 개별 성년례 보다는 각 관공서, 직장, 군부대, 대학교 등 만 19세에 이르는 대상자에게 전문 예절인의 집례에 따라 집체성년례를 거행하길 권하고 싶다. 가족들의 축하와 격려 속에 사랑의 선물도 주고, 대통령, 교육부 장관 등은 새로이 어른이 되는 성년자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당부하는 담화도 발표하면 좋겠다.

아울러 언론에서는 대대적으로 이날의 실황을 보도함으로써 성년의 날이 의미 있는 날이 되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주어야 한다. 어린이날보다 못하고,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서야 어찌 이 나라 동량들의 건전한 앞날을 기약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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