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경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며칠 있으면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 선물을 고민하는 부모들도 적잖을 것이다. 이왕이면 저렴하고, 학습에도 도움이 되는 선물을 고르려면 한참을 뒤적여야 할 판이다. 초등학생들이 바라는 선물을 조사하였더니 1위가 스마트폰, 2위가 자전거, 3위가 노트북이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너무 고가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아무래도 어린이날 선물로는 로봇 장난감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로봇이란 말은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Karel Čapek)의 희곡 R.U.R.(Rosuum’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희곡의 줄거리는 인간적 “감정”이나 “혼”을 가지고 있지 않은 로봇이라고 불리는 인조인간이 모든 작업능력에서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마침내 반항하는 정신을 발달시켜 자신들을 만든 인간을 전부 죽인다는 비극적인 내용이다. 어원이야 어찌되었건 로봇은 장난감 뿐 아니라 우리 생활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주부들의 청소를 도와주는 로봇 청소기를 비롯하여, 의료나 산업, 우주 탐사에 까지 로봇이 이용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커내버럴에서 2003년 6월 10일에 발사된 화성 탐사 로봇 스피릿(Spirit)은 2004년 1월 3일 화성의 구세프라 불리는 분화구에 도착했다. 비슷한 시기인 2003년 7월 7일 발사된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Opportunity)는 2004년 1월 25일 스피릿과는 정반대편인 메리디아니 평원에 착륙했다.

이 쌍둥이 로봇은 지질학 연구를 위해 설계되었는데 애초에 90일의 수명을 갖도록 제작되었다. 이 로봇들은 황량하기 그지없는 화성에서 고초를 겪어야 했다. 스피릿과의 통신은 두절되었고 오퍼튜니티는 바퀴가 모래 언덕에 빠지게 된다.

스피릿은 일주일간 66번의 재부팅을 시도해 다시 신호를 보내왔고 오퍼튜니티는 35일의 사투를 벌려 모래언덕을 탈출하였다. 이 과정을 지켜본 나사의 직원들은 두 로봇의 처절한 생존기에 감동을 받았다.

이 쌍둥이 로봇은 90일을 넘겨 살면서 더 많은 임무를 수행하였다. 원래 90일 수명으로 제작된 로봇이었기 때문에 부속품들이 하나둘 손상되기 시작했다. 스피릿은 오른쪽 앞바퀴 고장으로 후진만 가능했고 오퍼튜니티는 로봇 팔 관절이 손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5년이나 척박한 화성에서 살아남아 중요한 자료들을 지구에 전송해왔다.

화성에 물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사진과 화성에 바람이 부는 증거사진들이었다. 하지만 스피릿은 2009년 3월에 깊은 모래언덕에 빠져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마침내 나사는 2010년 1월 임무 종료를 선언하였다. 스피릿은 그 후로도 2011년 5월 모든 동력이 상실될 때까지 계속해서 사진을 전해왔다.

비록 로봇이지만 낯선 화성에서 7년 4개월이나 살아남아 최후까지 임무를 수행한 스피릿의 모습에 사람들은 큰 감동을 느꼈다. 오퍼튜니티는 아직까지 살아남아 외로이 화성 탐사를 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장비가 마모돼 기능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오퍼튜니티는 여전히 지구에 사진을 보내오고 있다.

로봇 장난감을 어린이 날 선물로 준비하고 있다면 스피릿과 오퍼튜니티에 관한 동영상을 아이들과 함께 보고 서로 느낀점을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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