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경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 김재원 경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요즘 몇 일간 세인들의 관심은 알파고(AlphaGo)와 우리나라의 대표적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데, 구글 지주 회사의 이름인 알파벳(Alphabet)과 바둑을 뜻하는 일본어 위고(囲碁)의 고(Go)를 합쳐서 붙인 이름인 듯하다. 알파고는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컴퓨터가 스스로 패턴을 찾고 학습한 다음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즉, 인간이 별도의 기준을 정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하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이라 부를만한 대결은 이번의 바둑대결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에 IBM 과학자들이 8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컴퓨터 딥블루(Deep Blue)는 당시 체스 세계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와 대결하여 승리하였다. 딥 블루는 지난 100년간 열린 주요 체스 대국 기보를 저장하고 있었고, 초당 2억 번의 행마를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결국 세계 챔피언을 2승 3무 1패로 따돌렸다. 2011년엔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퀴즈 프로그램인 제퍼디(Jeopardy)에서 챔피언들을 간단히 물리치고 승리를 한 바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간의 바둑 대결이 관심을 끈 이유는 체스나 퀴즈와는 달리 바둑의 수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인공지능 컴퓨터가 아무리 진화하였다 하더라도 컴퓨터가 인간을 뛰어 넘을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승리는 알파고가 차지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대결에서 컴퓨터가 가져간 승리는 충격이었고, 또한 인간이 이룩한 과학 기술의 발전에 스스로 감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는 영국의 천재 수학자인 앨런 튜링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수학자인 앨런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군의 암호인 이니그마를 해독하는 일을 맡는다. 이니그마로 인해 연합군의 피해는 커져 가기만 했는데, 인간이 이를 해독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튜링은 이니그마를 기계로 풀어내는데 성공한다. 바둑 대결을 보면서 이 영화가 생각 난 것은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시작에 대한 비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후 인공지능 컴퓨터가 바둑에서 인간에게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앞서 말한 슈퍼컴퓨터 왓슨은 그 후로 발전을 거듭하여 여러 전문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의료분야에서는 암 진단에, 금융권에서는 증권 투자 분석에 활용되고 있으며, 교육, 생활 건강 등 산업 전반에서 이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알파고도 발전하여 산업에 활용될 것이다. 앨런 튜링이 인공지능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제안한 이후, 우리는 이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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