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면 전 사천경찰서장/경남경찰청 정보화장비과장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세계제국 로마를 만든 진정한 힘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했습니다. 로마 귀족은 전쟁이 일어나면 자진해서 재산을 내놓고, 평민들보다 먼저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바치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생각했습니다. 로마제국 번영의 바탕에는 이런 귀족들의 솔선수범과 희생이 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 속에서 자신의 노력에 더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지금 잘 된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사회로부터 남들보다 더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성취에 겸손해야 하고 도움 받은 이들에게 부채의식을 가져야 하며 힘들고 어려운 일에는 먼저 나서서 희생해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우리 역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전란을 맞아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임금도 있고 대통령도 있었습니다. 사회지도층은 병역 면제나 탈세를 일삼았습니다. 그에 비해 오히려 중하층 사람들이 더 도덕적이었습니다. 전시에는 앞장서서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냈고 평소 세금도 훨씬 더 정직하게 냈습니다. 나라 살림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허리를 조여매고 휘어진 등에 더 무거운 짐을 져야 했던 사람들은 매번 중하층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상층 사람들의 반성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매번 공직자 청문회에서는 도덕적 흠은 고사하고 법을 어기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듭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국민을 향해 의무를 이행하고 법을 지키라고 엄하게 요구합니다. 언론에는 정치인의 부패나 재벌들의 탈세, 횡령, 재산 다툼 소식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여전히 지도층에는 수치심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서민의 경제적 고통은 여전하고, 특히 젊은이들이 미래의 꿈과 희망의 실현은 고사하고 당장 오늘의 삶을 지탱하기조차 힘겨워 합니다. 저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사회의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희생하고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이 우리는 공정한 세상을 위해 법과 제도를 새로 만들고 고쳐나갈 가능성을 갖고 있고 어느 정도 지도층을 선택할 권리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선택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바로 우리 사회가 지난 시절 힘겹게 성취한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일 것입니다.

오늘로 제 글은 마지막입니다. 앞으로 사천시의 무한한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또한『뉴스사천』이 지역사회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되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간 고마웠습니다.

백승면의 <낯선 눈으로 세상 읽기>는 이번호로 연재 종료됩니다.
-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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