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가슴이 답답해서 가슴을 툭툭 치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날따라 심했습니다. 음식은 물론이고 물을 마셔도 가슴이 쓰리고 가만히 있어도 가슴 깊숙한 데에 통증이 잡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들려 심장, 폐 등을 검사해도 별 이상이 없어 마지막으로 내시경 검사를 했죠. 담당의가 내시경을 본 후 한 말입니다.

“혹시 면도날 같은 것을 잘못 드신 적이 있습니까? 식도에 날카로운 것에 베인 것 같은 상처가 보여서요.” 무슨 생뚱맞은 말인가 싶더군요. 어설프게 차력사 흉내를 낼 나이도 아닌데요. 의사가 두 달 후 두 번째 내시경 검사를 한 후 다시 말하더군요.

“제가 경력은 많다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내시경을 10년 남짓 보아 온 전공의인데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선생님 같은 경우는 처음입니다. 아무래도 상급병원으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 의사가 써 준 의뢰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지난 해 11월에 본원에서 실시한 내시경 검사에서는 아무 증상이 없었는데 금년 7월에 식도에 궤양이 발견되어서 두 달 동안 약물 치료를 하고 9월에 재차 내시경 검사를 해 본 결과 호전되지 않아 환자를 귀 병원에 의뢰합니다.’ 의뢰서를 들고 찾은 상급병원에서는 대. 소변에 피검사까지 하고 위와 대 소장까지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는 복잡한 검사를 하더군요.

“소장이나 대장 어디에 오래된 궤양이 있어 그 균이 식도로 침범하지 않았을까 의심되어서 대장과 소장까지 샅샅이 살펴보았는데 그런 것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두 달 정도 치료해 보시고 다시 검사를 합시다.” 결국 상급병원에서도 식도 궤양 원인은 찾지 못한 것입니다. 문득 우연히 마주친 잘 아는 한의가 식도에 궤양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는 한 말이 기억났습니다,

“아이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요? 마음이 상하면 생기는 병인데?” 아, 그것이더군요. 지난 5월 중순 경 차례로 닥쳐온 고난, 뜻밖의 불행한 소식, 듣지 말아야 할 언사 등으로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고 결국 차곡차곡 쌓여 육체의 병이 된 것입니다.

심신이 피폐해지면 둘러싸고 있는 굴레를 하나씩 벗어던져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종이신문이 나온 지 100호가 되었고 이제 신문사와도 인연이 다 되었습니다. 그동안 줄곧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이 어색하고 거북하기도 했고요.

지면을 얼마간이라도 메워서 기자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쓴 칼럼, 문득 생각난 것이라 제목도 ‘문득’이라 했던 보잘 것 없는 글도 이제 마지막입니다. 얕은 지식에다 모자라는 글 솜씨로 보는 이의 눈만 어지럽히는 칼럼을 쓸 때마다 죄짓는 심사였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느라고 독자들께서 그동안 고생하셨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참아 주셨던 독자들께 깊이 고개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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