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대책위 “2급수 낙동강물 먹으면 모든 문제 해결”

15일 열린 서부경남대책위에서 함양 문정댐 건설과 사천만방수로 추가 건설을 반대하기로 했다.
‘남강댐운영수위 상승 결사반대 서부경남대책위원회’가 15일 회의를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남강댐 비상방수로사업과 남강 상류 신규댐(함양 문정댐) 설치에 적극 반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사천시청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최근 정부가 ‘남강댐용수증대사업’에 관해서는 말문을 닫은 대신 ‘남강치수증대사업’이란 용어를 쓰면서 문정댐과 사천만 보조여수로 필요성을 역설하는 가운데 열렸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회의에 앞서 대책위 안에서도 “치수 차원이라면”이란 단서를 달면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자칫 지역별 이해에 따라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날 회의에서도 일부 위원이 “용수증대가 아닌 치수 차원이라면 댐이나 비상방수로를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참석 위원 대부분은 “용수증대와 치수증대는 동전의 양 면과도 같다” “치수라는 말은 정부가 짜 만든 새로운 핑계에 불과하다” 등으로 입을 모으며 치수증대 차원의 댐건설이나 보조여수로 설치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서부경남대책위 이환문 집행위원장
특히 서부경남대책위의 이환문 집행위원장은 낙동강유역정비사업과 연관 지어 가며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남강댐용수증대사업의 출발은 부산시민들이 수질이 안 좋은 낙동강물을 더 못 먹겠다고 한 데서 비롯됐다. 그런데 정부는 2015년까지 낙동강 수질을 2급수로 만들기 위해 예산을 쏟고 있으며, 최근 낙동강정비사업을 통해 이 시기를 2012년까지 앞당기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리산댐을 만들 필요도 없고 남강물을 가져 갈 필요도 없이 부산시민들은 낙동강 물을 계속 먹으면 된다.”

참고로 남강댐 상류 수질은 2급수 정도이고, 추가 댐을 지어 그 물을 부산으로 공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년 정도다. 그의 설명은 계속된다.

“낙동강정비사업계획에 따르면 사업 목적 가운데 하나로 ‘치수’를 들면서 바닥을 준설하겠단다. 이러면 낙동강 바닥 수위가 내려가게 되고 엄청난 홍수예방효과가 생긴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실제로 그런 이유로 ‘진동만 방수로사업’도 포기한 것으로 안다.”

여기서 ‘진동만 방수로사업’이란 남강이 낙동강 본류와 만나기 직전인 함안에서 인공방수로를 뚫어 진동만으로 강물을 내보내는 사업을 말한다. 사천만방수로는 현재 국내 유일의 인공방수로인데, 이를 진동에 하나 더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러니 정부 정책을 믿을 수 있나. 계획대로면 남강본류 방류량을 늘려도 충분하다. 아니, 지금 능력만으로도 충분하다. 현재 남강본류와 사천만을 합쳐 남강댐 최대 방류량은 9000톤/초 정도다. 따라서 용수증대계획만 없다면 사천만방수로 추가 설치도 전혀 필요 없다.”

“1만년 빈도 댐 만들면 사람은 다 죽고 댐만 남을 것”

이환문 집행위원장의 설명에 회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서부경남대책위 우종표 위원장은 “정부는 ‘1만년 빈도 강수량’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방수로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는데 무조건 반대만 할 순 없지 않나”라며 운을 뗐다.

정부의 '1만년 빈도' 치수 정책을 두고 우종표 위원장(진주)과 조세윤 위원장(남해)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이에 남해대책위 조세윤 위원장이 “1만년에 한 번 일어날 폭우가 쏟아지면 남강댐은 남아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이미 다 죽고 없다”면서 더 논할 가치가 없다고 쏘아붙이자 우 위원장도 전체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사천대책위 박종순 위원장도 "남강댐 상류에 댐을 추가 건설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던 기존 입장을 버리고 "댐과 비상방수로는 용수증대사업을 위한 전초작업"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서부경남대책위는 △남강댐 4미터 수위상승 반대 △남강댐 보조여수로 설치 반대 △남강 상류 문정댐 건설 반대 △치수/용수증대 개념은 동일 인식 이상 네 가지 원칙에 합의했다.

박종순 사천대책위원장
이들은 또 함양 문정댐 건설 등이 포함돼 있는 낙동강유역종합치수계획이 17일 심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과 관련, 이날 회의내용을 정리해 16일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남강댐운영수위상승결사반대서부경남대책위에는 사천을 비롯한 진주 산청 하동 남해 5개 지역 대책위가 결합해 있다.

한편 이와 별개로 사천대책위는 16일 오후2시, 남강용수증대사업에 상관없이 ‘치수’라는 이름으로 사천만 비상방수로를 설치하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또 기자회견 이후에는 전체회의를 열어 조직개편을 논의한다. 이와 관련, 사천대책위는 대책위 출범 이후 ‘소통 부재’라는 내부적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아 왔다. 조직 개편은 읍면동대책위원장들이 전면으로 나설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 위원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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