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의 '문득'] 역사교과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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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의 '문득'] 역사교과서 전쟁
  • 이영주
  • 승인 2015.10.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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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보다 다큐멘터리가 더 극적이라고 여기는 편이다. 최근에 흥미 있는 장면이 TV에 방영되었다. 히틀러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동영상으로 희귀본이다. 나치가 패망하고 히틀러가 권총 자살하기 며칠 전, 베를린 수비대를 시찰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그가 격려한 부대는 나치 유겐트였다. 유겐트는 18세 이하의 청소년으로 구성된 나치 청소년 SS부대다. 코트 깃을 높이 세워 입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소년병들을 다독이는 히틀러의 모습은 56세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노쇠한 모습이었고 등 뒤로 숨긴 그의 왼팔은 쉴 새 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전형적인 파킨슨병의 증상이다. 히틀러 앞에 도열한 소년들은 키가 들쭉날쭉하다. 한 창 키가 자라는 시기이니 그런 것이다. 그들은 마지막 전투에서 속절없이 스러져 갔다. 나치는 교과서를 국정 화하였는데 역사와 생물 교과서였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역사를 권력 입맛에 맞게 국정 화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생물과목을 국정화한 것은 특이하다. 게르만 민족의 인종적 우수성을 생물학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수백만의 유태인, 집시 등에 대한 인종청소에 나치의 역사와 생물교과서가 활용되었던 것이다.

1990년대다. 그 때도 농촌청년들을 장가가기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농촌총각결혼대책위원회’하는 희한한 시민단체가 결성되었으랴! 그런데 한 농촌마을에 즐거운 일이 생겼다. 농촌봉사활동을 나온 도시 처녀가 농촌총각하고 눈이 맞았던 것이다. 동네 어른들은 이 선남선녀 둘이 손잡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다들 자기 집안일 마냥 즐거워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총각은 혼자 숨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흉한 이야기가 돌았다. 처녀에게서 바람을 맞았다는 것이다. 한동안의 열정이 지난 후 막상 그 처녀는 농촌에서 시집살이 하는 것이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온 동네가 실의에 빠져 슬픔에 잠겼다. 동네 어른들 몇이서 그 마을 성당 신부를 만나 고민을 토로했다. 신부는 마침 예의 그 처녀가 소속된 모임의 지도 신부였던 것이다. 신부가 그 처녀를 불러 물었다.

“그 총각과 장래를 기약한 것으로 아는데, 무슨 연유로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냐?”
“사랑하는 마음이 바뀐 것은 아닌데, 그 이가 장남이라서 결혼할 자신이 없어졌어요.”
“흠, 그래? 그럼 넌 다음에 시집가거든 차남부터 생산해라!”

인종차별이란 어떤 논거를 들이대도 궤변이고 범죄이다. 둘째부터 생산하는 임부가 이 세상에 없듯이 자기 조상을 택하여 태어나는 인간은 없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한다고 해서 ‘다카기 마사오’나 ‘가네다 류슈’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선대의 과오를 사과하면 될 것을. 작금의 생뚱맞은 역사교과서 전쟁(?)을 지켜보면서 문득 생각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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