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아르시에스(rcs)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아르시에스(Remote Control System)는 원격제어 장치이다. 쉽게 말해서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작동시켜 은밀히 당사자 몰래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다는 해킹 장치이다. 휴대폰 없는 이가 없는 요즘 세상에 자신의 휴대폰을 누가 몰래 들여다본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그 짓을 했다하니 경천동지할 일이 아닌가?

위키리크스 폭로에 의하면 이탈리아 해킹팀과 국정원 사이에서 거간 노릇을 한 업체는 ‘나나테크’인데, 이 회사 내용을 보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다. 나나테크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업으로 시작했는데 자본금 1억5천만 원에 직원이 5-6명 정도인 작은 회사란다. 우리 신문사도 인터넷 신문에서 시작하여 자본금 1억5천만 원에 직원이 5명이니 얼추 비슷하다. 닮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나나테크는 해킹회사와 정보기관 사이 중간다리 역할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벌이도 잘된 모양이니 지역 언론 살리기에 끙끙대는 우리 신문사와는 완전 다르다.

아무튼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반드시 정치인들이 한 소리한다. “다른 나라는 (RCS와 관련한)보도가 전혀 없고 조용한 편인데 우리나라만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란 이가 한 말이란다. 어쩐지 메르스 때와 닮은꼴이 아닌가? 국민들이 중동낙타 독감을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고 질타한 정치인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다른 나라를 살펴보았다. 이번에 RCS를 구입한 나라는 35개국이다.

그 중 언론자유지표가 100위 밖의 나라는 21개국인데 유일하게 타이 만 관련 보도를 했다. 나머지는 세상이 다 아는 언론탄압국이니 찍 소리 못할 것은 빤한 일이고 오히려 타이가 신기하다. 우리나라를 뺀 나머지 13개국은 지금도 여전히 주요 뉴스로 다루어지고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금방 알 일이다.

27일 국회 정보위에 국정원은 자살한 임 과장이 삭제한 51건 내용을 완전 복구하였다며 그 내역을 보고했는데, 31건은 실험용이고 10건은 실패하였고, 10건은 대 테러 용도였다 한다. 국정원장은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며 믿어 달라 했다. 물론 그저 믿고 싶다! 정부도 국정원도 정직하게 국정 수행을 했으리라 믿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라면 그 요원이 왜 자살까지 해야 했단 말인가?

문득 안기부 X파일 사건이 났을 때 야당 대표가 한 말이 생각난다. “정부나 국정원이 무슨 말을 한들 국민이 믿겠느냐, 현재는 도청이 행해지고 있지 않다지만 누가 알 수 있겠나? 국민이 믿을 수 있을 때까지 국정원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2005년 당시 야당 대표는 박근혜 의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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