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레비 作 오르페우스의 죽음(Mort d'Orphee 1866)

오르페우스(Orpheus)는 숲의 요정 에우리디케(Eurydice)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에우리디케는 양치기 아리스타이오스의 끈질긴 구애를 피해 도망가다 그만 독사에게 복사뼈를 물려 죽게 된다. 신부를 잃은 슬픔에 괴로워하던 오르페우스는 마침내 저승 세계로 내려가 에우리디케를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오르페우스는 현악기의 일종인 리라를 다루는 솜씨가 탁월했는데, 그가 리라를 타며 노래를 부르면 인간은 물론 모든 동물들과 나무, 돌덩이까지 감미로운 그 소리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는 스틱스 강의 뱃사공 카론과 저승 문 입구를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괴물 케르베로스를 이 환상의 리라 연주와 노랫소리로 사로잡아 무사히 저승의 왕 하데스와 왕비 페르세포네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오르페우스가 들려주는 천상의 소리에 감동해 에우리디케를 데려갈 수 있도록 허락했다.
다만 이승에 도달하기 전까지 오르페우스가 절대 에우리디케를 뒤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오르페우스는 부지런히 지상을 향해 올라갔다.
이윽고 어두운 저승 세계를 거의 다 벗어났음을 알리는 이승의 빛이 희미하게 비쳤다. 그러자 방심한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돌아보고야 말았다. 그 순간 사랑하는 아내는 다시 칠흑 같은 저승으로 빨려 들어가버렸다.

이 일 이후 오르페우스는 절망 속에 나날을 보냈는데 이때부터 그의 여성 혐오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에우리디케를 잊지 못하는 마음에 여성을 멀리하고 오직 소년들과 관계함으로써 동성애자가 되었다. 오비디우스의『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오르페우스가 트라키아에 동성애를 퍼뜨린 죄로 디오니소스 축제 때 여신도들에게 돌과 몽둥이에 맞아 사지가 찢겨 죽임을 당했다. 바로 그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 이 그림 오르페우스의 죽음(Mort d'Orphee 1866)이다.

이미 머리에 치명상을 입고 피가 흥건한 상태로 절명한 오르페우스의 손을 잡고 몽둥이를 높이 치켜 든 살기 등등한 여인의 모습이 화면의 중심에 있다. 그 뒤쪽으로는 악기를 부는 여인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축제(디오니소스 축제) 중임을 알 수 있다.

오르페우스가 죽었는지 확인하는 두 명의 여자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스친다. 광적인 축제의 장에서 동성애자 오르페우스를 처단하는 모습을 매우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에밀 레비(Émile Lévy 1826-1890)는 풍속화가이자 초상화가이다. 로마 상을 수상하여 이탈리아에서 매우 정교한 드로잉을 익힌 뒤 귀국하여 신화에 근거한 풍속화와 개인적 초상화에 주력하였으며 주로 살롱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을 알렸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867년에 뢰종 도뇌르(Légion d'honneur)를 수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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