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면 사천경찰서장.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항상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한편,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잃지 않으려는 것도 사람의 또 다른 속성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자신의 독자성을 잃지 않고, 나아가 타인의 독자성까지 인정하며 산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나하나의 나무가 없다면

애당초 숲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막상 숲을 보면 나무 한 그루는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시간과 공간을 같이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대개 나와는 여러모로 ‘다른’ 사람들이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 생각과 이념에서 차이가 생기고 성격이나 취향도 가지각색이다. 이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칫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는 상호간의 차이를 평화롭게 극복하는 지혜가 아닌가 한다. 차이 자체를 지워버리려 하기 보다는 그 차이를 간직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 ‘사회적 동물’의 바람직한 삶이라는 얘기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자신과 ‘다르지 않음’, 즉 ‘같음’만이 좋은 것이고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자신과 다른 외양, 생각, 취향, 문화 등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여 배제하거나 억압하려고 하는데, 이래서는 세상에 갈등과 싸움이 그칠 날이 없을 것이다. 사실 좋음이나 아름다움은 서로 다른 것들의 섞임과 어울림에서 온다. 모양이나 색깔이 다른 꽃들이 섞여 핀 들판, 알록달록한 오색의 단풍을 떠올려 보라. 여러 악기가 어우러지면서 내는 화음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람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다. 똑 같은 사람이 부부가 되고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 다른 생각들이 서로를 채워주면서 조화를 이루고 마침내 애정과 우정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떤 사회나 집단에도 환경과 역사적 경험에 따라 세대나 계층, 지역 간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때로 마찰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갈등을 줄이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적 삶이다. 이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리끼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바로 나(또는 우리)와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존중하면서 조화 속에서 상생적 공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적대시하고,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태도는 사실 타인에 대한 심각한 폭력이고 압제다. 그런 생각이라면 반대로 자신의 독자성과 고유성도 타인에게서 존중받을 수 없다. 결국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참뜻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성숙한 인격은 결코 타인이 반드시 자신과 같아야 한다고 동화(同化)를 강요하지 않는다. 나와 ‘다름’을 배척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조화(調和)롭게 살아가는 너그러운 세상을 꿈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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