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의 '문득'] 복싱 해설가
상태바
[이영주의 '문득'] 복싱 해설가
  • 이영주
  • 승인 2015.05.27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0년도에 김 씨 성을 가진 프로복서가 있었다. 이 선수는 당시 백안시되었던 문신을 이두박근에 조잡한 필체로 두 글자 一心을 굵게 새겨 넣어서 뒷골목 냄새를 물신 풍겼다. 강한 KO펀치도 있었지만 쇼맨십에도 능해서 나름 인기가 있었다. 그의 쇼맨십은 공격할 때보다 오히려 맞을 때 빛이 났는데 상대방의 펀치를 맞으면 일부러 대어 주는 제스처로 무방비로 맞고 견디는 맷집 때문이었다. 실력은 채 여물지 못했는데 프로모트가 유능한지 챔피언을 서울로 불러들여 WBA세계타이틀에 도전하게 되었다.

시합의 결과는 조금 후에 말하겠다. 그 복서가 생각난 것은 사드(THAAD)때문이기에 그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호흡기 괴질환인 ‘사스’는 쉽게 알아들어도 ‘사드’는 생소할 것이다. 사드는 정식 명칭이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이고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방어’가 된다. 굉장히 복잡한 무기체계인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대기권 밖에서 날라 오는 적 미사일이 목표지점으로 하강할 때 그러니까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종말단계에 요격한다는 뜻이라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이 ‘사드’가 문제다. 미국은 은근슬쩍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군불을 때고 있고 일부 여당 정치인들은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한국의 ‘사드’배치는 바로 자국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시진핑 중국 주석까지 나서 언급하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량은 이제 미국, 일본에 유럽을 다 합한 것 보다 많다. 이런 중국이 우리나라에 사드가 배치되면 경제 보복에 나설 것이라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나라 경제는 불리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재앙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외교부는 미국과 중국 양쪽의 러브콜을 받고 있으니까 이런 상항을 축복이라 한다. 내가 보기엔 영락없이 양 쪽에서 협박을 받고 있는 진퇴양난의 사태인데. 그래서 문득 그 옛날 문신 복서가 생각났던 것이다. 그 때 해설자가 이런 잊지 못할 명 해설(?)을 했다.

“우리 선수의 작전은 상대가 마음껏 때리게 해서 힘을 빼고 그 틈을 타 강한 양 훅을 날리는 것입니다. 지금 상대는 당황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렇게 때려도 끄떡하지 않으니까요!”

해설자의 예상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챔프는 마음껏 때렸고 김 선수는 흠씬 맞아주었다. 시합 결과는? KO이었다. 때린 선수가 KO될 리 있는가? 김 선수는 8회에 링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아전인수 격인 외교부의 한가한 해설을 들으면서 ‘맞아주는 전술’이란 해괴한 해설을 풀어놓던 그 시합 해설자가 문득 생각났던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블라인드
댓글을 블라인드처리 하시겠습니까?
블라인드 해제
댓글을 블라인드 해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