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동읍농협의 5년간 실험…‘묘판 1개 2000원’‘소농 부활’
‘무논점파’선구자 사천도 도입 필요…적은 비용으로 다수 혜택

▲ 공동육묘사업으로 농민 조합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창원 동읍농협이 5월 6일 자원봉사자들의 참여 속에 못자리를 설치하고 있다.
5월에 접어들며 농촌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보리와 밀 등 겨울작물이 있는 논밭은 여전히 초록을 띠고 있으나 모내기 준비가 한창인 들판은 은빛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겐 이 시기에 가장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음이다.

벼농사도 모내기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기계화 이전 같으면 모내기와 수확 철이 가장 힘든 시기라 하겠지만, 요즘엔 못자리를 만들고 모를 키우는 일이 가장 힘들다는 게 농민들 얘기다. 아직 기계화가 덜 됐기 때문이다.

물론 무논점파라는 획기적 기술이 보급되고 있다. 무논점파란 모를 기르는 과정 없이 논에 직접 볍씨를 파종하는 방식의 일종으로,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무논점파는 전국에서도 사천시가 앞서 보급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논점파는 생장기간의 문제와 맞물려 이모작 논에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이모작의 경우 부득이 모를 길러 옮겨 심는 이앙법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에 사천시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육묘시설 지원 사업을 펼쳤다. 대략 1억 원의 시설자금 중 법인 또는 개인이 20~3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시가 지원함으로써 운영자가 모를 길러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지원을 받은 사천 관내 육묘장은 모두 6곳. 곤양 2곳을 비롯해 곤명, 서포, 용현, 정동에 각 1곳씩 마련됐다. 2015년 추정 사천시 벼 재배 면적은 4100ha이다. 이 가운데 무논점파 가 1600ha(29%)이고, 2500ha는 이앙(모내기) 방식이다. 그리고 이들 육묘장에서 공급되는 모로써 700ha를 부담한다고 하니 2500ha 중 28%를 차지하는 셈이다.

문제는 공급비용이다. 이들 육묘장에서 모 1판을 공급하는 비용은 3000원에서 3600원까지로 다양하다. 그러나 보통의 농민들 입장에서는 이 금액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러다보니 상당한 노동력이 들어가는 못자리 작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못자리를 직접 하기 힘든 노인들은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창원시 동읍농협(조합장 이상득)에서는 조합원 실익사업 일환으로 공동육묘장을 운영해 저렴한 가격으로 묘판을 공급하고 있다. 조합원들 반응이 뜨거워지자 인근 농협으로도 확산된 상황이다.

지난 11일 사천시의회 김봉균 의원과 (사)한국농업경영인사천시연합회 강금용 회장이 동읍농협을 직접 찾아가 공동육묘장 운영방식을 살폈다. 이에 뉴스사천도 사천시 접목 가능성을 살피기 위해 동행 취재했다.

▲ 김봉균 의원(왼쪽 두 번째)과 강금용 회장(맨 오른쪽)이 동읍농협의 공동육묘사업을 살피고 있다.
동읍농협이 육묘장을 계획한 것은 5년 전부터다. 당시 농민운동가 출신의 김순재 전 조합장이 조합원 수익환원사업으로 계획했다.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덜어주고 생산비를 줄여 줌으로써 농업인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이상득 현 조합장도 올해 이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공급계획은 묘판 5만5000개. 미리 조합원들로부터 필요한 양을 주문 받아 둔 상태다. 공급가는 묘판 1개당 2000원. 배달이 필요하면 300원을 더 받는다. 평균 3500원 대에 이르는 사천지역 묘판 가격에 비하면 매우 싼 가격이다.

동읍농협 측은 이 사업을 위해 특별히 많은 예산을 들이지는 않았다고 귀띔했다. 묘판, 발아기, 파종기 구입에 5000만 원 정도가 쓰였고, 그나마 대부분은 묘판 구입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육묘장 1곳 설치에 1억 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이에 대해 이상득 조합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이 농민들 논을 임대해 육묘장으로 쓴다. 그러면 인건비가 상당히 들 수 있는데, 자원봉사자들의 힘을 빌린다. 농업 관계자가 아니라도 좋은 뜻에 동참하려는 사람이 많다.”

이 조합장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못자리작업은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자원봉사자 참여 인원은 각각 200명과 100명. 참가자 식사 등 이날 진행비는 동읍농협이 부담했다. 묘판 가격 2000원은 조합원을 위하는 동읍농협의 의지와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으로 가능한 금액인 셈이다.

이 사업이 시작되자 창원의 인근 대산농협과 북면농협에서도 벤치마킹에 들어갔다. 해당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대산농협의 경우 올해 묘판 10만장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읍농협의 공동육묘사업을 살펴본 김봉균 의원과 강금용 회장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강 회장은 “농협의 존재이유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옛날 두레의 흔적도 남아 있어 대단히 부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사업비가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면 우리도 시도해볼만하다. 시 관계자와 조합장들에게 제안해 보겠다”고 말했다.

동읍농협의 공동육묘사업은 새로운 현상으로 이어졌다. 노동력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자 연로한 농민들이 직접 농사를 짓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이는 대농 일변도의 우리나라 농업 환경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결국 정책에 따라서는 소농도 뿌리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동읍농협 주영헌 상임이사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정부 정책자금 지원은 한계가 있다. 대상이 법인이라 해도 아주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공동육묘처럼 다수 농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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