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학벌이 없어요. 초등학교 중퇴에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인맥은 학벌이에요. 혼맥도 없어요, 부잣집 자제가 아니라 자수성가한 사람이에요. 돈으로 다 관계를 맺었는데 돈으로 맺은 관계를 넘어서는 인간적 신의, 신뢰, 또는 의리를 이 사람이 그렇게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처럼 연고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검찰 조직 안에 이 사람을 보호해줄 사람이 없었다고 추측해요.”

유시민 작가가 고정 출연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에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 사건을 분석하며 한 말이다. 일찍이 국회의원, 장관을 역임하며 한국 정치권 생태계를 몸으로 겪은 경험에다 작가적 감수성이 더 해진 통찰력에서 나온 소회이다. 또 성완종 회장은 지금까지 맺어온 인맥의 끈을 따라 많은 사람들에게 구명을 요청했을 것인데 그 과정에서 인간적으로 강한 배신감을 느끼게 한 사람들만 특정하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 은 한결같이 현 정권의 실세중의 실세이다. 따라서 모조리 친박인데 한 사람 생뚱맞게 이른바 비박인사인 경남지사가 들어있다. 홍 지사가 특정된 것은 구명과정에서 극도의 배신감을 준 ‘무엇’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실제로 유달리 정황 증거를 내놓으려 한 흔적이 짙다. 자살 을 결행하기 불과 며칠 전, 돈을 배달했다고 알려진 윤 모 씨의 병실까지 찾아가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과정을 재확인하고 그 대화를 녹취 까지 했다고 보도되고 있으니 작심 하고 세상에 폭로하려 한 정황이 있는 것이다.

성 전 의원이 홍 지사를 콕 찍은 이 유가 무엇일까? 난 유 작가와 다른 각도에서 답을 유추한다. 그는 로비 상대에게는 수십만 원짜리 밥을 대 접하면서도 가족들과는 몇 천 원하는 대중 음식을 먹었다. 비록 정경유착의 검은 행각이 있지만 나름대로 의 자기철학과 기준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 성 회장은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유서에서까지 챙길 정도 로 장학 사업에 애착이 강했다. 그가 설립한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지금까지 3만여 명의 학생들을 지원했다. 또한 대구 지하철 참사로 고아가 된 삼남매에게 초등학교부터 대학졸업 때까지의 등록금을 전액지급하기도 했다는 일화도 있다.

유시민 작가가 의문을 던진 ‘그 무엇’을 듣는 순간 홍 지사의 ‘무상급식 폐지’가 뇌리를 쳤다. 고인이 걸어온 삶의 역정을 볼 때 아이들 점 심 밥그릇을 뺏는 홍 지사를 결코 좋게 보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문득 났던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