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우울감·무기력증 생겨...그래도 ‘아이들 위해 해야 할 일’
‘다둥이’ 두 엄마의 거칠어진 손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처럼 불어오는 삶의 무게가 지나간 손끝, 물기 마른자리가 남은 두 손은 아주 조금씩 떨리는 듯 했다. 이들에게도 영락없는 스무 살 아가씨, 가뿐하게 생의 시절들을 뛰어넘었을 때가 있었으리라. 뉴스에서 매일 같이 쏟아내는 정치·경제 소식들이 그저 번잡하기만 해서 귀밑머리와 함께 귓등으로 넘기고는 친구들과 수다삼매경에 빠지곤 했을 테다. 어느 덧 사십대 초반, 중반에 들어선 이들은 이제 굵어진 손마디처럼 단단해졌다.
각각 네 명(초 6, 중 1, 중 2, 고 1)의 아이와 세 명(초 4, 중 2, 고 1)의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두 사람에게 전해들은 현재 엄마들의 마음은 생각보다 많이 지쳐있었다. 세 아이의 엄마 김 씨는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
“경남도에서 공식적으로 엄마들을 ‘종북’으로 몰아갔는데 우리는 간단히 그래요. 왜 경남만, 같은 세금을 내고 왜 경남에서만 급식비를 내야 하는가 하는 거죠. 가계가 힘이 들고 부담스럽다는 거죠. 정치적 좌, 우 관심 없습니다. 우리가 뽑은 대표가 우리말을 들어주지 않으니까 이제는 엄마들 우울증이 온 듯 한 기분을 느껴요. 일을 끝내 놓고 저녁에 소식들을 보면 힘이 빠져요. 이렇게 원하고, 이렇게 힘든데 우리를 정치적 놀음에 이용한다는 생각에 무기력증이 생깁니다, 정말.”
네 아이를 낳았다며 주변에서는 ‘나라에서 상 줘야 한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온 이 씨 역시 속내를 털어놨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 들어요. 그래도 한 마디라도 던지면 들을까봐 해 보고 있는 거죠. 엄마들끼리 ‘그냥 학교등교거부, 급식비 내지말까, 도시락 쌀까?’ 얘기 하다가도 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가게 되니까 어떻게도 할 수 없지요. ‘밥값 안 내겠다’는 게 아닙니다. 무상급식 중단이 나라 전체가 협의가 된 사안이라면 달리 생각을 하겠지만, 지금 경남의 상황은 도지사의 권력으로 저지당하고 아이들 교육을 정치적 야욕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밖엔 안 보이니 동의 할 수 없지요. 경남만 이러는 건 불평등이지요. 자유와 평등을 외쳐야 하는 이 나라가 민주주의가 맞습니까.”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입을 모았다.
“서민이라고 지칭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고, 이 제도 혜택 대상자 기준도 무엇으로 정한 것인지 애매하지요. ‘턱걸이’가 있어요. 저 대상자에 포함 안 되는 가정 중에 서민 아닌 사람이 있나요? 몇 만원 차이로 되고 안 되고 정해져요. 이건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졸속’ 대책 밖에 안 됩니다. 애들 여럿 나아 키우면서 혜택 받는 건 무상급식 하나뿐이었어요.”
지난 1일부터 유상급식이 시작됐고 한 달에 20만 원, 30만 원이 넘는 급식비가 매달 빠져나가겠지만, 매일
저녁 ‘바뀌지 않는 도지사’를 보며 무기력감에 빠지겠지만 그래도 엄마들은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에 대한 의견서를 붙들고 다시 힘을 내겠다고 했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