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마을에 토석채취장 웬 말, 환경영향평가도 믿을 수 없다”
경남 사천시 곤명면 성방리의 한 농로에는 오늘(20일) 하루 바쁜 일손을 접은 딱밭골, 새미골, 조매동 마을주민 수 십 명이 트랙터와 경운기 트럭 등을 몰고 나왔다. 한 개발업자의 토석채취장 사업신청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심사위원들의 현장 확인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마을주민들은 “이번 사업이 주민들을 철저히 속인 채 진행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사업진행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평소 환경영향평가가 요식 행위로 끝나는 걸 많이 봤기 때문에 현재로선 심사위원들의 현장 확인도 용인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이에 오전11시에 현장방문 일정을 잡고 있던 경상남도와 사천시청 공무원 그리고 환경영향평가위원들과 사업관계자들은 인근의 곤명면사무소에서 대기한 채 현장 접근을 삼갔다.
마을주민들은 사업신청지로 들어갈 수 없게 입구를 틀어막은 채 관계 공무원과 질의응답 시간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방리 일대가 청정지역으로서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거나 친환경농업 전환을 꾀하는 농민들이 많음을 내세우며 “분진과 소음,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토석채취장이 들어서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상남도 환경정책과 김원욱 환경관리담당사무관은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이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라고 말하며 사천시청 관계자와 토석채취장 사업신청자에게 영문을 따졌다.
하지만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자 김 사무관은 “심사위원들이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 온 것인데 현장을 볼 수 없어 아쉽다”고 한 뒤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애써 현장 확인을 하진 않겠다”면서 철수할 뜻을 밝혔다.
한편 마을주민들은 현장에 동행했던 토석채취사업 신청자인 조아무개씨에게 차라리 나무를 심어라거나 같은 마을에 산다면 사업을 신청하겠느냐는 등의 말로 사업포기를 권했다.
그러나 조씨는 “나도 민원인의 한 사람”이라며 행정 절차와 규정에 따라 사업을 계속 진행할 뜻을 밝혔다.
토석채취사업 환경영향평가 현장심사를 막기 위해 오전10시부터 시작된 성방리 주민들의 ‘농로 점령’은 관계자들이 돌아간 뒤에도 한참 더 이어져 4시10분께 끝났다.
성방리 토석채취사업 신청지는 어떤 곳?
토석채취사업을 신청한 곳은 진삼개발(주)이다. 사업예정지는 경남 사천시 곤명면 성방리 산69-1번지 일원 8만3428㎡이다. 지난해 실시설계에 들어간 뒤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주민공람과 설명회가 진행되었다.
6월에 경남도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친 뒤 8월에 사업허가가 나면 9월에 공사에 들어간다는 게 사업신청인의 계획이다. 또 공사에 들어가면 10년 동안 105만8360㎥의 석재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토석채취장 사업예정지는 생태나 환경, 지리적 측면에서 눈여겨 볼만한 곳이다.
그리고 상수원보호구역(진양호)이 직선거리로 4.7킬로미터 아래에 있다. 경남도나 환경영향평가심사위원들이 관심을 갖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상수원보호구역 관련 행위제한을 크게 완화함으로써 개발행위가 상당부분 가능해졌다.
진양호에는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이 다수 서식한다. 따라서 2005년12월에 야생동물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성방리 일대는 보호구역에 들어 있진 않지만 진양호 상류인 완사천과 성방천을 따라 수달이 활동할 수 있으며, 그 외 야생동물도 다수 서식한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하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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