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의 휴가를 마치고 귀대했는데 부대원들이 단체기합을 받고 있다. 간밤에 BX(부대 매점)가 털렸단다. 원 세상에! 총 들고 지키는 부대 안의 매점이 털렸다니? 틀림없이 부대원 누군가가 한 일이니 범인을 색출하려 한다는 것이란다. 당장 해산시키라고 명령하고 매점 책임자인 조 중사를 불렀다. 매점 운영은 수송대가 맡아하는데 책임은 조 중사이고 수송대 소속 윤 일병이 방위병 한 명을 데리고 운영하고 있다.
“조 중사, 우선 분실된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야지. 분실 된 금품이 어떤 것들이 있소?”
“넷, 저도 오늘 윤 일병에게서 보고 받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하면서 목록을 내 놓았다. ‘소주 22병, 맛동산 15박스, 오징어 5축, 땅콩 6상자 등등에 현금 64만원’ 분실물 중에 현금비중이 너무 많다. 중위 선임 봉급이 7만원이 못되는데 64만원이라면 BX 전 재산이 털린 셈이 아닌가? 교환 병에게 수송 반에 있는 윤 일병과 통화 연결하라고 했다. 윤 일병은 긴장하고 잔뜩 위축되어 있다.
“지금 자네가 작성한 분실 품목을 보고 있어. 조 중사에게서 받았네. 지금 불러 볼 테니 맞는지 확인해 봐. 소주 22병, 맛동산 15, 오징어 3, 또.. 목록이 없어 당장은 모르겠다고? 내일 BX에서 목록을 놓고 확인해 보자. 그런데 말이야? 소주의 현재 재고가 몇 병이더냐? 22병 분실 되었다며? 어제 물량에서 오늘 물량을 빼 봐서 나온 수치잖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나도 작전 실 비울 수 없으니 내일 오전에 같이 점검해 보지.”
 통화를 끝내 놓고 교환 병에게 윤 일병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보고하라 했다. 예상대로 영외의 조 중사와 통화했단다. 다음날 아침에 대장에게 근무 상황 보고 차 들어갔다.
“대장님, BX 도둑들을 잡아 놓았습니다.”
“엉, 아니 어떻게! 누구요, 어디 있어?”
“같이 가시죠. 집합 시켜 놓았습니다. 아니 제 발로 그물에 들어가 있습니다.”  
 BX로 대장을 안내해 가니, BX문은 안에서 단단히 잠겨있는데 분명히 무슨 기척이 들렸다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문짝을 워커발로 걷어차며 외쳤다.
“야, 이 도둑놈들아! 당장 문 열어. 너희들이 무슨 작당하는지 다 알고 왔어.”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문이 열리고 보니 장관이다. 조 중사와 윤 일병이 먼지를 희부옇게 덮어쓴 채 사방에 물건들을 깔아 놓고 망연자실해 있다. 물건들을 하나하나 세고 있는 중이었다. 분실 목록과 현재 재고를 짜 맞추려면 우선 재고량을 파악해야 하니까. 
 펑펑 터져 나오는 방산비리 조사결과 소식을 들으면서 문득 그 때 BX에서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재고 조사하던 군대 좀도둑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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