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놀랍고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샤를리 에브도>란 잡지사에 테러범들이 난입했고 17명의 희생자가 났다.

이후 첫 일요일인 11일,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민 집회가 열렸다.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열린 이날 시위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37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내가 샤를리다, 혹은 우리가 모두 샤를리다’와 같은 피켓이나 프랑스 국기,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연필이나 펜 등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날 시위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한 가두집회로 기록됐다.

그런데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라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대학가와 학계를 중심으로 솔솔 나오기 시작한다. 왜 일까? ‘샤를리’는 권위에 대한 신랄하고 도전적인 풍자를 전문으로 하는 매체이다. 고위 공직자, 정치인은 물론이고 교황을 비롯한 종교계 인사들도 풍자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어서 그동안 숱하게 법정 공방을 벌려왔다. 명예훼손과 표현 자유 사이의 경계를 끊임없이 도전해온 매체이다. 이번 참사의 발단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벌거벗은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만평이라니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덤벼든 꼴이다.

만평이 기분 나쁘다고 사람을 죽이다니? 이 어이없는 일은 그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살펴보면 해석이 가능하다. 범인들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와 세네갈 출신의 이민자 2세들이다. 이들은 프랑스 시민이라기보다 ‘2등 시민’대접을 받고 있다고 여기고 있으며 프랑스 내의 정치사회적 위치도 실제로 그러하다. 일본 재일교포들의 처지를 대입해 보면 이해가 된다.

풍자란 자기보다 우월한, 최소한 동등한 위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마당극도 양반이나 벼슬아치를 풍자대상으로 삼았기에 사랑을 받았고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만약 천민이나 백정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조롱했다면 누가 거들떠보기라도 했겠는가?

‘펜’에 ‘총탄’으로 대응한 테러분자들의 폭거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샤를리’가 하필이면 프랑스사회에서 약한 처지에 있는 무슬림들의 종교적 ‘최고 존엄’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은 것 역시 동의할 수 없다. 약자에 대한 핍박은 파시스트의 비열한 행각이다. 이번 샤를리 참변 이후 유럽 각국 극우정당들이 비약적으로 약진하고 있는 사실도 우려된다. 후폭풍이 고약하다.

문득 필리핀을 순방중인 프란체스코 교황이 이 참사를 두고 언급한 내용이 귀에 쏙 들어온다. 기내에서 기자들과 환담을 하면서 옆에 수행하고 있는 한 종교인에게 주먹질 시늉을 하면서 농담으로 한 말이다,

“만약 이 친구가 내 어머니를 두고 저주한다면 나는 주먹을 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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